‘대기인원 40명.’
며칠 전 점심시간에 주거래은행인 국민은행을 찾은 김모씨는 대기표에 적힌 대기인원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리 유입고객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이라지만 이 정도로 대기고객들이 영업점을 가득 메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20여분을 자리도 없이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김씨는 결국 업무시간이 임박해 회사로 돌아갔다.
지난 20일 국민은행이 희망퇴직으로 2,800여명을 떠나보낸 가운데 영업현장에서는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각 영업점에서 일손이 급감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 명절을 맞아 신권 교환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지점의 경우 많게는 3~4명이 이번주부터 자리를 비우면서 대기고객이 평소의 두 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단순업무 고객을 자동화기기(ATM) 코너로 안내하는 등 업무처리 효율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불만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최근 국민은행 지점을 찾은 이모씨는 “혜택이 많은 체크카드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창구 직원에게 상담을 요청했더니 ‘인터넷에서 먼저 본인에게 맞는 카드를 찾아보고 오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며 “예전보다 영업점이 훨씬 줄고 사람의 영역을 기기가 대체하는 것은 이해하나 서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인 황모씨는 “뉴스에서 희망퇴직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직원창구가 이렇게 텅텅 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측은 중장기적으로 인터넷 또는 모바일뱅킹 기능을 고도화해 고객들을 온라인 거래로 유도할 방침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창구업무 담당 파트타이머 채용과 본부 직원 영업점 파견, 신입 행원 영업점 배치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울러 애플리케이션 이용 내역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영업점 업무를 효율화하는 방법과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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