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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미술품 수입 금융위기 이후 최대…그림 사들이는 부자들

미술품 수입 82% 증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부자들 저금리에 ‘안전자산’ 미술품 투자 늘려

관세 ‘0%’에 장기투자·상속 용이해 수입 활발

경기 부진한 프랑스·독일서 거래된 제품 한국行

2015년 뉴욕에서 한화 1억7,935만달러(약 2,100억원)에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리의 여인들’./자료=크리스티




인기 남자그룹인 ‘빅뱅’의 멤버 탑이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현해 “수입의 한 95% 이상 작품 사는 데 쓴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탑의 사례에서 보듯 고액자산가들의 미술품 사랑에 힘입어 지난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사들이는 미술품 수입액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경기 부진으로 국민들의 소비가 줄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액자산가들은 고가의 미술품 소비를 늘리는 소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미술품 무역을 조사한 결과 수입액이 3억6,000만달러(약 4,300억원)를 기록해 전년(1억8,286만달러)보다 8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평균 미술품 수입액은 3,000만달러(약 360억원)로 1,649만달러(197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미술품 수출입액은 회화와 조각, 판화 등을 포함한 수치로 관세법과 통계법에 따라 국제행사와 전시회를 위한 작품들의 통계는 제외된다. 두 배 뛴 미술품 수입액은 국내 소비자와 법인들이 사들였단 얘기다. 회화(손으로 그림을 그린 제품에 한정) 제품의 수입액은 2억6,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5.7%, 조각 제품도 6,340만달러로 수입액이 14.2% 증가했다. 판화(626만달러·118%) 수입도 늘었다.

미술품 수입액은 최근 3년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1억4,200만달러에서 2015년 1억9,800만달러로 39.4%, 지난해는 약 3억6,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7억2,30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국민들의 지갑이 얼어붙어 소비자심리지수(CCSI·94.2)가 금융위기 이후(2009년 3월) 7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반대로 고가의 미술품 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미술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수입액이 증가한 배경으로 1%대 저금리로 인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에 직면한 고액자산가들의 분산투자를 지목했다. 해외에서 경매되는 미술품은 한 점당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십, 수백억 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이 그림을 국내로 들여와도 관세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1991년 세계무역기구(WTO)의 합의에 따라 관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은 희소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 여기에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 힘들어 상속이나 증여가 수월한 점도 특징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미술품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래될수록 비싸지는 것”이라며 “현금과 부동산만 많이 있으면 그냥 부자지만 고가의 미술품이 있으면 급이 다른 부자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미술품 수입국 수입액


우리나라는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차익을 실현하고 나온 미술품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주요 수입국은 미국(9,600만달러)과 홍콩(6,900만달러), 프랑스(2,900만달러), 러시아(2,700만달러), 독일(2,600만달러)이다. 미술업계는 2015년 11월 파리에서 터진 테러로 인해 루브르와 오르세 등 주요 미술관이 문을 닫은 충격을 받은 데다 지난해 브렉시트 여파로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가치가 낮아지면서 미술에 투자된 자금이 달러로 이탈했다고 보고있다. 이 때문에 현지 부자들이 금융투자를 위해 수익을 얻은 미술품들을 매물로 대거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239%)과 홍콩(415%) 수입도 늘었다. 독일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유명한 생존작가들의 미술품 거래가 활발하다. 현대미술품의 수십 년 후 가치를 보고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홍콩은 중국이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미술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면서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우리나라 업계도 김환기 작가 등 국내 유명 미술품을 홍콩에서 전 세계 구매자를 대상으로 경매해 작품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에서 수입한 미술품은 전년 대비 약 6만% 폭증했는데 최근 국내 중산층 이상 가구들을 중심으로 인테리어 열풍이 불면서 중저가 회화 작품이 많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최윤석 서울옥션 상무는 “최근이 저금리 상황이고 (주요 미술품은) 달러처럼 수익률 변동폭이 적어 안전투자처로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2015년 홍콩 경매시장에서 한화 약 18억원에 낙찰된 중국 작가 류궈송의 ‘설망산의 흔적 모두 자연A-티베트모음곡181’./자료=Ar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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