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를 옥죄는 방법으로 중소업체를 도와주는 것은 오히려 ‘소비증발’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소비침체를 돌파하고 진정한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각각의 자생력을 높여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소비빙하기 해결책으로 내수와 관광을 동시에 부흥시킬 수 있는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발전법’으로 포장된 ‘규제법’이 늘어나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공멸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내수는 소비자 관점에서의 부흥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백화점·대형마트·전통시장 등으로 각각의 업태를 분류해 상생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철저히 공급자 관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업태를 구분하기보다 그 안에서 어떤 상품을 살 수 있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며 “이에 반해 대부분의 법과 정책은 업태나 업체의 크기에 따라 기준이 마련돼 있고 정치인들이 탁상공론식으로 이슈를 만들다 보니 현장과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용구 교수는 “면세업처럼 내수도 관광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만큼 국내 관광을 즐기는 내외국인 소비자가 어떤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고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기업들이 비지터이코노미(Visitor Economy) 창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의 경우 외국인 유입의 마중물인 면세시장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 및 신규 면세사업자 증가 등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면세점 의무휴업일 적용 등이 잇따르면 면세시장은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는 “가뜩이나 국가 경제가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각종 규제를 풀어줘도 모자랄 판에 규제를 더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면세기간 특허기간 연장 등 지난해에 처리했어야 할 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해 면세사업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표퓰리즘’이 낳을 무분별한 규제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란 기회비용이 중소업체로 이동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여러 연구자가 확인했다”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애꿎은 유통업체들을 겨냥한 공약들이 난무할 경우 오히려 시장의 파이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신희철·이지윤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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