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반기문 총장 집 앞으로 몰려가 대선 출마를 종용합시다.”
3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대선 출마를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마음을 되돌리자는 보성파워텍(006910) 주주들의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로 믿고 투자금을 올인했던 개미(개인투자자)들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억지를 부려보고 싶었을 것이다. 반기문 테마주로 떠오르며 지난해 5월 1만5,000원까지 급등했던 보성파워텍 주가는 지난 1일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하한가로 직행하며 이날 2,84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불과 9개월도 안 돼 주가가 5분의1토막이 난 셈이다.
테마주의 거품이 꺼지자 시장은 폭탄 돌리기를 시작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투자자들이 몰리며 보성파워텍의 거래량은 하루 새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보성파워텍은 더 이상 반기문 테마주가 아니다.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호씨는 지난해 9월 돌연 내용증명을 통해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출렁이는 대선판에 정치 테마주도 요동을 치고 있다. 회사 소재지와 대표이사·임원의 학연·지연 등을 엮어 테마주를 발굴하려는 ‘꾼’들이 기승을 부린다. 심지어 일부 종목은 어제는 문재인에서 오늘은 반기문, 내일은 유승민 테마주로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안희정주로 급등한 KD건설은 급기야 공시에서 “안희정과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며 시장에 읍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들이 극성을 부리자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거래소는 정치 테마주의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이상 급등 종목에 단일가매매를 적용하는 방안을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상·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