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도가 높은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이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평균 시청자 수만 1억명을 넘는 만큼 톡톡한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 간의 광고 전쟁도 함께 진행된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30초에 50억원에 육박하는 높은 광고료에도 앞다퉈 참가해 미국 소비자 마음 잡기에 나섰다.
슈퍼볼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NFL)의 최종 결승전이다. 슈퍼볼의 광고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매년 기업들은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인다. 특히 올해는 자동차 업체들이 많이 참가했다. 신차나 주력 모델을 소개하려는 기업들은 코믹한 소재나 화면 구성으로 짧은 순간이지만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도록 노력한다.
기아차가 대표적이다. 기아차는 올해 미국에 출시할 예정인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를 소개하기 위해 ‘에코 워리어(친환경 전사)’를 주제로 광고를 만들었다. 미국 에미상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멜리사 맥카시를 주연으로 고래·나무·빙하, 그리고 코뿔소를 보호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다. 자연을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니로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서부 시대 사막 앞 바를 배경으로 AMG 로드스터를 소개한다.
신차 대신 브랜드 이미지 소개에 나서는 곳들도 있다. 현대차가 대표적. 현대차는 올해 해외 파병 군인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광고를 내보낸다. 해외 파병을 간 군인들을 통해 애국심 고취는 물론 VR로 슈퍼볼 결승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한다. 현대차가 최근 미래차 기술을 강조하는 만큼 가상현실(VR) 등 관련 기술력을 알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남녀평등을 화두로 던진다. 동네 자동차 경주에는 꼭 남자아이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포드는 3년 만에 슈퍼볼에 돌아온다. 최근 포드가 강조하고 있는 카셰어링·전기차·친환경차·자율주행 등의 필요성을 소개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미래차 시장을 대비해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슈퍼볼 광고 효과는 톡톡하다. 지난해 슈퍼볼 시청자는 미국에서만 평균 1억1,100만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자동차 전문 평가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기아차가 지난해 슈퍼볼에서 선보인 옵티마(K5)는 경기 종료 후 검색량이 496% 급증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미국 뷰익은 트래픽 조회 수가 평소 대비 50%, 경기 다음날에는 100%가량 증가한 바 있다. 효과가 좋은 만큼 비용도 비싸다. 올해는 30초당 50억원대로 2010년 대비 2배로 금액이 올랐다. 지난해 현대차는 슈퍼볼 경기가 열리는 중간에 4편의 제품 및 브랜드 광고를 내보내면서 총 2,700만달러(약 315억원)의 광고비를 썼다. 분당 약 1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슈퍼볼 광고비는 30초당 500만달러(약 58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60초 광고에는 1,000만달러(한화 약 116억원) 이상이 투입된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나 기아차의 쏘울 등이 북미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도 슈퍼볼 광고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슈퍼볼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