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 요인으로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높아지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보고서는 현재 우리 경제가 경기 부진으로 물가 상승률도 낮은 ‘저성장-저물가’ 구조에서 여전히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물가는 비교적 크게 오르는 ‘저성장-고물가’ 구조로 이행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0%로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김천구 현대연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소득여건 개선은 미흡해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는 지표물가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특히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배럴당 20달러 후반까지 하락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반등해 50달러 중반 수준까지 올랐다. 글로벌 원자재 시세를 나타내는 CRB선물지수는 2016년 2월 말 163.2포인트까지 하락했지만 올 1월 말 기준 193.3포인트로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농축수산물 물가불안도 확대로 체감물가도 크게 뛰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2016년 9월 전년 동기 대비 9.1%, 10월 7.7%, 11월 8.0%, 12월 6.7%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올해 1월 들어서는 8.5%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물가 상승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弱)달러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까지 내렸지만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 윤곽이 드러나면 다시 급등할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높아지면서 국내 상품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연구원은 수요 부족으로 인해 물가 상승의 상대적인 체감이 더 큰 상황인 만큼 재정정책을 통해 유효수요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유효수요를 늘려야 한다”며 “또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물가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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