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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금융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해야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우리 사회에는 늘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거래당사자 간에 거래 대상에 대한 정보의 차이가 있음을 뜻한다. 즉 어떤 상품의 판매자는 수요자보다 그 상품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며 금융소비자는 금융기관보다 자신의 채무상환 능력과 연체 가능성 등을 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자원 배분에서도 비효율적으로 작용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 교수 조지 애컬로프가 발표한 ‘레몬시장 이론’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의 비효율성을 잘 나타낸다.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면서 차량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차량을 팔려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저품질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이런 유형의 시장을 겉은 예쁘지만 속은 신 레몬에 빗대 ‘레몬시장’이라고 불렀다. 즉 이런 상황은 정보가 부족한 사람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게 하고 정보를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전자를 경제학에서는 ‘역선택’이라고 말한다.

과거 금융시장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중복 리스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복 리스는 리스 이용자가 기계설비 공급자와 공모해 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또 다른 금융회사와 동일 물건에 대한 이중 리스 계약을 체결해 운전자금을 대출받는 사기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사기 행위는 기계 물건의 리스 계약 정보가 리스회사 간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이다.

최근 우리 여신업권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금융사기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기계설비 리스 계약 정보에 집중하고 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래 당사자가 동일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금융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금융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은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대부업권의 대출정보이다. 현재 대부업권의 대출정보는 금융기관 중 저축은행에만 제공되고 있다.



금융기관은 소비자의 신용등급, 채무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한도 및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대부업권의 대출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는 여신금융회사가 채무상환 능력을 상실한 금융소비자에게 과도한 대출을 할 경우 가계부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또 금융소비자는 대부업권을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대출한도 축소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제까지 신용도가 우량한 일부 금융소비자는 일시적인 자금 부족시 대출금리가 낮은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보다 거래 사실이 노출되지 않는 대부업권을 이용해왔는데 이는 대부업권의 대출정보가 공유되지 못해 발생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대부업권의 대출정보 공유 범위를 여신금융업권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는 금융기관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금리 인하 유도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한 대출금리 인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노력을 통해 합리적으로 금리가 산정되고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보호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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