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과거 국내에 잔존해 있다가 재발한 것이 아닌, 새로 유입된 바이러스로 추정됐다.
6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일 충북 보은의 젖소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지난 2014~2016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구제역 바이러스와 혈청형은 ‘0형’ 타입으로 같지만 유전자 특성에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잔존해 있던 바이러스가 아닌, 외부에서 새로 유입된 바이러스라는 의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에는 O, A, Asia1, C, SAT1, SAT2, SAT3형 등 총 일곱 가지가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A형 한차례(2010년 1월)를 제외하면 7차례 모두 0형이 발생했다.
또 0형은 유전자 특성에 따라 다시 11개 내외의 지역형으로 다시 나뉜다.
2014~2016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혈청형 0형의 지역형은 1998년 처음 발생해 동남아에서 주로 유행하는 ‘동남아시아(SEA)형 미얀마 98(MYA-98)’ 타입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보은에서 발생한 0형의 지역형은 1997년 처음 발생한 ‘중동-남아시아(ME-SA)형 인도 2001(Ind-2001)’ 타입으로 나타났다.
이 타입은 2015년 방글라데시의 돼지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99.37%의 상동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검역본부는 설명했다.
또 이러한 타입의 바이러스가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중동, 러시아에서도 확인된 바 있어 검역당국은 정확한 분석을 위해 영국에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에 검사 의뢰를 한 상태다.
다만 검역본부는 세계표준연구소가 지난해 4·4분기 발간한 보고서에 이번에 발생한 유전형 타입이 국내에서 백신 접종 시 사용되고 있는 ‘오 삼공삼구(O 3039)’, ‘오원 마니사(O1 Manisa)’ 등 두 가지 백신주사 약품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 만큼, 백신 효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새로운 유전형임이 확인됨에 따라 유입경로 추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가축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은 아니지만, 차량 바퀴나 사람의 신발이나 옷, 가방 등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가 가축에 옮겨지는 ‘기계적인 전파’ 위험이 크다.
또 이론상으로 추운 날씨에서는 바이러스가 3개월, 최대 6개월까지 사멸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며, 공기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먼 거리까지도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어 역학조사를 하더라도 원인 파악이 쉽지 않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경우 부자(父子)가 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아버지 A 씨는 지난해 10월과 12월 러시아와 중국을, 그 아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다녀온 국가가 구제역 발생국이긴 하나, 해외여행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은 농장에서만 발생하고 다른 역학 관계가 없다면 해외여행을 통해 유입됐다고 추정할 수도 있겠지만, 보은과 지리적으로 먼 전북 정읍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은에 이어 6일 신고된 전북 정읍 한우 농가 구제역 의심 사례에서도 구제역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6일 밤늦게 전북도 정밀진단기관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확인됐으며, 보은과 마찬가지로 혈청형이 ‘O형’인지 여부를 정밀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는 7일 오전 중 나올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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