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역대 최대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상장 성공 후 몸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 기업가치 관리 문제가 숙제로 남게 됐다.
7일 벤처캐피털 업체인 인터베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기업에 수혈된 자금은 2,962억원으로 기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해당 자금은 신라젠 등 8개 업체에 조달됐다. 이로써 지난 2005년 바이오메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36개 업체가 기술특례상장의 수혜를 입게 됐다. 그중 32개 업체가 바이오벤처다.
기술특례상장이란 재무제표가 아닌 기술력만으로 자본시장에 상장하는 제도다. 적자 등의 이유로 상장의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벤처 업체도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가치를 진단받은 뒤 신청할 수 있다.
VC ‘바이오 투자액’도 급증
6곳 상장 후 시가총액 줄어
기업가치 관리 문제는 숙제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이 지난해 수혈받은 자금은 1,500억원이다. 같은 기간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한 업체 중 최다액이다. 이어 신약 개발업체인 큐리언트(325억원)와 유전자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개발업체인 팬젠(272억원),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시약 개발업체인 퓨쳐켐(210억원) 등이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바이오벤처가 끌어들인 자금은 2,96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의 1,831억원을 뛰어넘으며 ‘바이오 열풍’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벤처캐피털(VC)의 바이오 부문 투자액도 대폭 늘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VC들의 지난해 바이오 부문 투자액은 전년의 3,170억원보다 50%가량 늘어난 4,686억원을 기록했다. VC의 전체 투자액에서 바이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5년 15%에서 지난해 21%로 크게 늘었다.
다만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벤처 8곳 중 큐리언트와 팬젠을 제외한 6개 업체의 시가총액이 상장 당시와 비교해 떨어진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바이오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또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체 투자처 활성화와 이른바 ‘한미약품 사태’ 후폭풍에 따른 투자자들의 신중 모드로 올해는 자금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허가를 받은 분자진단 업체 피씨엘은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자 상장 일정을 늦춘 바 있다. 지난달 24일 상장한 유바이오로직스 또한 일주일 사이에 공모가인 6,000원 대비 주가가 20%가량 떨어졌다.
임정희 인터베스트 전무는 “바이오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할 경우 회사 기술력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상장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평가 B 이상만 획득하면 상장을 시켜주는 방식 등을 통해 기술특례상장의 거품을 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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