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한진해운 육상 직원들은 조양호(사진) 한진그룹 회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냈다.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고생하는 직원들이 그룹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간곡한 호소였다.
당시 한진해운은 삼라마이더스(SM)그룹으로 매각되는 미주·아시아 노선 관련 인력들을 제외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정리해고 결정을 내렸다. 오갈 데 없어진 한진해운 직원들이 다급한 대로 조 회장에게 직접 SOS를 쳤던 것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조 회장은 이런 직원들의 호소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 등 일부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화물 영업과 홍보 업무를 하던 한진해운 직원 20~30명을 신규 채용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들어가면서 한진해운과는 결별했다”면서 “직원들의 호소에 귀를 닫을 수도 있었지만 일부 직원들이라도 받아들인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 국내 직원은 1,350여명. 이 가운데 미주·아시아 노선 관련 인력 250여명은 이 노선을 인수한 SM상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 직원들은 현대상선으로 재취업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131명의 본사·해외 직원, 선박관리 직원을 채용했고 최대 220여명까지 채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국내 해운 물류 업계가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온 한진해운 인력을 흡수하고는 있지만 아직 상당 인력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우수 인력들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업계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채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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