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신산업과 신재생에너지는 성장 가능성이 어마어마한 빅(big) 비즈니스입니다. 국내 국토가 좁기 때문에 우리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은 태생부터 수출산업으로 ‘본(born) 글로벌’이 돼야 합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과 국내 대형 신재생발전소 구축을 통한 환경 조성, 그리고 이를 받쳐줄 금융이 모두 팀이 돼야 합니다.”
화석에너지 산업 육성을 외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의 성장 속도는 꺾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전 세계 수십 개의 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가격이 화석연료를 따라잡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에 도달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하는 파리기후협약(포스트 2020)도 발효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냐. 아니면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이냐의 물음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에너지 신산업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이며 앞선 정보통신기술(ICT)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지금 육성에 박차를 가해 세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3일 서울 인사동 이비스앰배서더호텔에서 정부와 수출기업, 금융기관, 학계 전문가와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에너지와 에너지 신산업 부문에 대해 국내 최고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구자균 LS산전 회장, 남성우 한화큐셀 사장, 최병화 신한은행 기업그룹 부행장, 김희집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사회=이철균 경제부장
△사회=확장하던 세계 에너지 신산업이 ‘화석연료 부흥’을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흔들릴 우려가 크다.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은 어떤가.
△김희집 교수=최근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 분들을 만났다. 언론에서 본 것과 다르게 미국은 에너지 산업 전체를 부흥시키려고 한다. 환경규제 등을 없애 화석연료 산업도 키우고 에너지 신산업은 그대로 (육성하는 쪽으로) 가겠다는 얘기를 했다.
△우태희 2차관=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지난달 미국에 가서 트럼프 쪽 인사들을 만났다. 미국이 통상이나 이민에 강한 정책을 쓰지만 어차피 ‘친(pro)비즈니스’ 정부다. 신재생에너지는 대세이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다. 다만 자원개발 등 기존에 억제돼 있던 에너지 정책들을 보완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
△구자균 회장=우리가 에너지 신산업 비즈니스를 지난 2009년부터 했다. 관련 기기 산업까지 하면 30년이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기후변화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제 에너지를 공급 쪽에서만 조절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신재생과 에너지 신산업을 이용해 수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당연히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정부도 최근 관련 정책에 대한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있다.
△우 차관=지난해 노후 석탄발전을 폐기하고 신규 석탄발전은 원칙적으로 시장 진입을 막으며 에너지 공급 정책의 무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는 15.3GW다. 지금 100GW 시대로 살고 있으니까 상당한 비중으로 들어왔다. 올해 더 보급하면 16~17GW까지 갈 수 있다. 그중에 태양광 5.6GW, 풍력이 1.1GW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리드 패리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가 주택 태양광 2020년까지 70만가구, 학교 태양광 3,900개교, 농촌 태양광 1만가구 등을 목표로 꾸준히 제도를 개선해나가면 결실을 보일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전기차 보급의 원년이다. 지난해 1만1,700여대, 올해 1만4,000대를 보급하면 누적으로 약 2만5,700대 정도가 된다. 급속충전기도 올해 2,000대까지 갖춰진다. 급속충전기를 2,000대 갖춘 나라는 세계에 몇 없다.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신산업 인프라를 깔기 위해 스마트미터기(AMI)도 2,200만가구, 거의 모든 가정에 보급할 계획이다.
△사회=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인프라와 기술력이 세계 수준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구 회장=사실 에너지 신산업 관련 제품 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다시피 중국에 원가경쟁력이 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산업의 근간이 되는 ICT와 설계·구매·시공(EPC) 역량이 뛰어나다. 기존 디바이스에 ICT와 EPC를 결합한 시스템 솔루션에 우리가 역량이 있고 이 부문에서 세계 시장에 접근하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남성우 사장=태양광 모듈의 경우 슈퍼리그(최상위) 4개 업체가 있다. 우리가 2등이고 나머지는 중국 업체다. 일본·유럽 다 손들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에 비해 우리가 기술이나 제품 라인업, 포트폴리오 잘돼 있다. 큰 시장인 미국이나 유럽·일본은 신재생, 에너지 신산업 시장이 주택용으로 많이 바뀐다. 주택용은 출력도 좋아야 하지만 개인 소유이므로 상대적으로 비싸도 품질 좋고 안정적인 제품을 사게 된다. 이런 추세를 볼 때 2~3년 후 우리 기업들에 큰 찬스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
△김 교수=4차 산업혁명이 가능해진 이유가 엄청나게 많은 센서들이 세상에 깔리고 있어서다. 앞으로 통신도 거의 무료화되는 상황이다. 지능이 있는 기계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빌딩들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조율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과 마이크로 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결합되면 크게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 또 에너지 신산업의 많은 부분이 플랫폼화되고 있다. 우리도 선제적으로 투자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국내 시장이 좁다. 성장하려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수출 전망은 어떤가.
△우 차관=에너지 신산업은 국내 시장만으로 한계가 있어 ‘본 글로벌’의 시각으로 해외 시장을 생각하면서 투자해야 한다. 글로벌 신용도가 높은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와 동반 진출하게 지원하겠다.
△구 회장=문제는 그나마 자유경쟁입찰이 가능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국내 시장이 좁아 우리 기업들이 레퍼런스(참고) 기록을 쌓기가 어려운 점이다. 해외 시장은 한전과 함께하고 있다.
△남 사장=맞다. 기록이 없어 해외 입찰에 들어갈 자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동에는 태양광을 몇백㎿ 규모로 하는데 커봐야 20~30㎿ 하는 국내 실적을 가지고는 어렵다.
△사회=우리 기업들이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자금조달도 어렵다고 한다.
△구 회장=에너지 신산업은 큰 비즈니스다. 그리고 금융 산업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LS산전이 재무구조가 좋아서 500억원, 1,000억원짜리 사업 몇 개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 20~30개 되면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금융기관이 돈을 조달해야 한다. 극단적인 예가 일본의 재팬리뉴어블에너지(JRE)다. 이 회사 주주는 골드만삭스인데 사업설계와 금융조달로만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해 이익을 낸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1~2년 만기가 많다. 1~2년마다 돈을 갚았다 대출했다 해야 하는 셈이다. 사업이 15년에 1,000억원이 들어갈 경우 거기에 15년 만기 펀드를 매칭시켜주면 거래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최병화 부행장=신한은행도 신산업에 대해서는 선견(先見), 선결(先決), 선행(先行) 등 3선 전략을 짜고 다른 은행보다 1~2년 빨리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는 퇴직연금 등 장기금융 상품이 없어 은행도 장기투자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많이 생겼다. 신재생 발전의 경우 건설 때는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완공되고 한전과 전력거래계약(PPA)이 끝나면 장기적인 수입(캐시플로)이 보장된다. 이런 경우 퇴직연금 등을 이용해 투자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이나 고용노동부에서 새로운 금융투자라 불안해하는 것 같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10년 건설 주기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동일한데도 말이다. 앞으로 이런 것들은 해소해나가야 한다.
△김 교수=이런 측면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신재생 전력 구매 때 전력판매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합산한 가격을 입찰해 20년 내외로 계약하는 장기고정가격제도를 마련한 것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장기 수익이 보장되면 금융조달 환경이 좋아진다.
△사회=그래도 현장에서는 부족한 게 많을 텐데. 에너지 신산업 환경을 더 개선해야 할 것은 없나.
△구 회장=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는 태양광발전이 큰 것도 하나 없다. 좁은 국토와 자연훼손 논란 등 여러 한계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저수지만 1만2,000개가 넘는다. 또 간척지에 깔 수도 있다. 특히 새만금에는 1GW 규모의 태양광을 깔 수 있다. 우리도 랜드마크처럼 이런 것을 만들고 해야 된다. 좋은 정책도 많은데 정권마다 5년 단위로 단절되고 바뀌어서 문제다.
△최 부행장=신한은행이 지난해 4월 연료전지 발전소인 부산그린에너지에 1,800억원 규모의 PF 지원을 시작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우리 에너지 신산업 발전에 좋을 것 같다.
△우 차관=올해 1월부터 ‘민관합동 투자 애로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입지와 환경, 투자규제를 최소화하고 적시된 것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원칙을 세웠다. 남은 규제는 무역투자진흥회의와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적극 활용해 관련 산업에 길을 트겠다. /정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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