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에 이어 전북 정읍까지 구제역 확정 판정이 내려지면서 허술한 방역체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보상금으로 투입하면서도 형식적인 땜질처방에 급급하다 보니 ‘인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구제역 발생 브리핑을 열고 “이날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전북 정읍 구제역 농가의 소 20마리를 검사한 결과 한 마리만 항체가 형성돼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농식품부가 백신 접종을 한 소의 평균 항체형성률 97.8%에 턱없이 못 미치고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소의 항체형성률(19%)과 비교해도 4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치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전북 정읍 농가는 지난해 8월26일 마지막으로 접종한 것으로 서류상에 나타나 있는데 5개월이 안 된 상태여서 효력이 있어야 정상”이라며 “백신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항체형성률이 5%라면 접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축산 농가의 도덕적 해이에 주목하고 있다. 축산 농가가 백신 비용 부담을 우려해 백신 접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현재 구제역 백신 비용은 50마리 이상의 경우 정부와 농가가 5대5 비율로 내게 돼 있다. 김 실장은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뿐 아니라 다른 소 농가도 구제역 접종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하지 않은 ‘모럴해저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냉장 보관하게 돼 있는 백신을 실온(18도)에 놓아뒀다가 접종해야 하지만 상당수 농가에서 이를 냉장 상태 그대로 사용해 효과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농가에서는 백신을 맞은 소의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유산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의지해 의도적으로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던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부실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구제역으로 작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투입하면서도 제대로 된 방어막을 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10~2016년 보상금과 소독액 등에 투입한 재정은 2조9,409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백신 부실접종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8일부터 전국 소 330만마리에 대해 일제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항체 형성까지 1주일이 소요되는 만큼 방역을 통한 구제역 확산 방지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은 잠복기가 7일에서 길게는 21일까지이고 충북 보은 농장이 최초 발생 지역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발병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