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우두커니 앉아 혼잣말을 시작한다.
남 못지 않게 살기 위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는 서경씨다. 신용등급 올리기 비법, P2P 투자 등 나름 재테크 공부도 많이 했다.
키라를 보고 영감을 받은 서경씨는 인터넷 검색 창에 ‘부자’를 검색한다. 오늘은 또 무엇을 공부하면 좋을지 블로그와 뉴스 등을 탐색하며 스크롤을 내린다. 엇!!! 새로운 뉴스가 눈에 반짝 들어왔다. 모 은행에서 ‘2017년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한다. 서경씨는 재빨리 보고서를 훑어본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 1위 ELS, ELT. 2위 MMDA, CMA 등 단기 금융상품. 3위 은행 정기예금’. 알파벳이 참 많다. 부자들은 이미 이런 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뭔지도 잘 모르겠다. “좋아 오늘은 ‘ELS, ELT’를 완벽하게 정복하겠어.”
오늘의 스터디 주제를 정한 서경씨, 인터넷 검색을 해보지만 이내 한계를 느끼고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서경이니? 오랜만~~”
“그래, 너도 잘 지냈니? 근데 도대체 ELS, ELT가 뭐니. 설명을 찾아서 읽어봤는데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다. 친구야, 언니 좀 도와다오.”
“아~ 그게 지수랑 연계된 건데 주식보다는 위험도가 낮고 예적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아. 요즘 인기가 많은 상품이야.”
“뭐? 지수가 어쩌고 어째? 다시 처음부터 찬찬히 설명해봐!!”
서경씨는 ‘친구 찬스’를 활용해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노트에 꼼꼼하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ELS(주가연계증권)는 은행과 고객이 하는 ‘확률 게임’이다. 주가나 개별 주식에 관련된 조건을 정해 놓고 조건을 만족시키면 고객이 이자 수익을 얻고 만족시키지 못하면 은행이 수수료를 가져가는 셈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만기 때까지 특정 지수를 넘으면 확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현재 주가지수가 100인데, 3년 뒤 만기 때도 주가가 100 이상이면 수익률 10%를 보장하는 등의 방식이다. ELS 상품은 운용 방식이 다양한데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인 ‘원금 보장형 ELS’와 다소 리스크는 있지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원금 비보장형 ELS’ 등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한다. 투자기간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이며 지난 2003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뒤 급성장해 지금까지 수천 개의 상품이 발행된 바 있다. 앞글자에 EL(Equity Linked)이 붙었다는 것은 약자로 주가에 연계됐다는 뜻이며 ELT(주가연계신탁)은 ELS의 은행 버전이다. ELS는 증권사에서, ELT는 은행에서 판다는 얘기다. 같은 주가 연계 상품이고 끝자리에 따라 어디서 파는지가 달라진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비슷한 상품 가운데 반드시 공부하고 넘어가야 할 상품에 ETF(상장지수펀드)가 있다. ETF는 개별 주식에 투자할 때의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시장 평균만큼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수천 여개의 기업을 알기가 어렵다. 따라서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우량주들을 골라 담은 하나의 지수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KODEX200’이란 이름의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든 ETF인데 이것을 사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200개 우량주 종목에 분산 투자하게 되는 셈이다. ETF 또한 종류가 다양한데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해외지수 ETF가 있고 반도체 관련 종목, 컴퓨터 관련 종목 등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섹터 ETF도 있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식을 사고팔듯 쉽게 사고팔 수 있고 수수료가 저렴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예금(ELD) 등 알파벳 E로 시작하는 금융상품들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서경씨는 슬슬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한다.
“제일 중요한 것 세 개만 외우자. 이걸 어떻게 다 외우냐. 다 비슷비슷하고 헷갈리잖아”
“그래 사실 ELS, ELT, ETF 세 개만 외우면 돼. 그거라도 꼭 외워나. 직접 투자해보면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래… 슬슬 영어공부인지, 부자 되기 위한 공부인지 헷갈려오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전화를 끊으려던 서경씨에게 들려온 친구의 한 마디! “아, 근데 방금 말한 상품들 다 원금 보장 안 되는 것 알지?”
서경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내가 요즘 공부 좀 했어. 그쯤은 알지. 잘 알고말고~”
친구 조언까지 받은 참에 서경씨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 ‘E 형제’ 상품에 가입해보려고 한다. 그래.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최근 들어 은행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한 서경씨에겐 당연한 일이다. 내일은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에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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