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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제한 등 정치권에 발목 "기업, 이대론 외발혁신 그칠 것"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제2의 도약을 위한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이끌었던 ‘20세기형 성공방정식’이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눈앞에서 일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생존을 건 혁신 노력에 정치권이 화답하기는커녕 일일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의 조류에 예민한 그룹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분초를 다투는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는 것과 달리 정치권은 아직도 구시대의 틀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온다.

사실 기업들의 변신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은 10년 전부터 바이오를 신성장산업으로 지목해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 등 자회사에 수조원을 투자하며 육성해왔고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 전장(電裝) 기업인 하만 인수를 선언했다.

총수의 경영공백을 겪었던 SK는 지난해부터 무서운 속도로 변화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연말 사장단인사에서 CEO 전원을 50대로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더니 올 들어 △LG실트론 △미국 다우케미칼 화학사업 부문 △일본 도시바 낸드반도체사업 부문 등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비주력 계열사에 대해서는 과감한 솎아내기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전 관계사가 올해 3~4건의 추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SK 측 설명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비리의혹 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등의 영향으로 그룹 내부가 만신창이 수준으로 망가졌지만 여기에 굴하지 않고 재도약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를 축소 개편하고 유통 및 화학계열사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쇄신 움직임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되자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9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법원의 판단에 유력 정치인이 유감을 표하면 기업 경영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하만 인수는 물론 지배구조 재편 작업까지 사실상 ‘올스톱’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SK도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바람이 더 거세질까 근심하고 있다. SK는 주력 사업 부문인 반도체 분야의 성장을 위해 지배구조를 손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텔레콤을 분할해 그룹 지주사인 SK㈜와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추진돼 “이대로 어물대다가는 손발이 묶이는 것 아니냐”는 조급한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지주사 전환을 약속한 롯데 또한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반일감정 이용 등이 향후 추진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소속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기업 주도의 ‘외발혁신’에 그치고 외발혁신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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