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동안 미국 주재 템플턴 펀드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약 7억달러 규모의 원화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3·4분기 약 15억달러의 원화채권을 순상환하며 대규모로 포지션을 조정한 것과 비교하면 순매도 기조는 유지했으나 그 규모는 크게 줄었다. 템플턴펀드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44억1,000만달러(약 5조534억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템플턴펀드의 원화채권에 대한 순매도 국면이 마무리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선진국·신흥국 채권형펀드에서 모두 자금이 이탈했음에 비춰볼 때 원화채권의 순매도 규모가 줄어든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순매도 기조의 마무리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수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해 외국인의 원화채권 순매도에서 템플턴펀드가 차지한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지난해 약 12조원 줄었는데, 템플턴펀드에서만 약 8조원 가까이 이탈했다. 강 연구원은 “기타 지역 템플턴 펀드 자금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작년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 감소는 템플턴 펀드가 주도했다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올해는 외국인들이 다시 원화채권을 순매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채권을 순매도할 유인이 적다는 게 이유다. 템플턴펀드의 순자산가치(NAV)가 작년 9월 이후 반등하며 환매 수요가 줄었고, 원화 가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사실상 약달러 기조를 천명하며 당분간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중장기물을 주로 매수하는 외국 중앙은행이 원화채권을 꾸준히 매수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작년 초 100조원을 웃돌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지난 7일 현재 91조1,390억원까지 줄어든 상태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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