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극심한 수주 가뭄에도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2012년 이후 4년 만에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중공업이 불황 속에서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현대오일뱅크 덕이 크지만,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 속에서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와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영 효율성 극대화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9일 지난해 4·4분기(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3,427억원, 4,37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규모는 7.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39조3,173억원, 영업이익은 1조6,4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는 2015년의 46조원에 비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반 상선은 물론 조(兆) 단위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한 탓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거둔 1조6,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은 크게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와 현대오일뱅크 2개 축이 뒷받침했다. 현대중공업계열 조선 3사는 지난해 7,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그룹 주력 사업임을 확신시켰고, 현대오일뱅크는 정제 마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인 약 8,000억원의 이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조 단위 영업손실의 원흉이었던 해양플랜트 부문도 야드 과밀화를 해소함에 따라 공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돼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를 6개 독립법인으로 쪼개는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다. 사업의 성격이 전혀 다른 조선과 비(非)조선 사업이 서로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각자도생’해야 위기 극복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