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1조원가량의 인수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7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품는다고 해서 마냥 웃을 일은 아니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심지어 세 가지 큰 산을 넘지 못하면 다시 금호그룹의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9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조달로 위기에 빠졌고 2009년 금호산업, 2010년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채권단에 넘겨줬다. 이번에도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만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0년에도 금호타이어는 수익을 잘 내던 회사였다”며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2010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약해진 체력을 복원하고 연구개발(R&D) 능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등 당분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 점도 부담이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타이어와 영업력이 비슷했던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분의1 수준인 1,200억원까지 급감했다. 1년 전보다는 11.7%나 줄었다. 한국타이어는 영업익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2조9,400억원으로 3%가량 줄며 3조원 벽도 무너졌다. 한국타이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때 10%에 육박하던 영업이익률은 4%대까지 내려왔다. 더 큰 문제는 금호타이어에 대한 신규 투자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주요 연구 인력들 역시 워크아웃 과정에서 임금 인상 동결 등으로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어려움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이나 미국 신규 공장 가동을 강화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지만 얼마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강성노조와의 잇따른 마찰도 금호타이어를 압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전국금속노조 산하다. 회사 매각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에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했다. 임금과 성과급 인상과 매각시 고용승계 등을 요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FI가 아닌 SI 확보에 달렸다”며 “적극적인 투자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측은 “올해 미국 조지아공장의 신규 타이어 공급 확대 및 신규 거래선 개발이나 중국·유럽 지역 등에서 고수익 제품 판매가 늘면서 실적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며 “중국 남경공장 이전 마무리에 따른 생산 안정화, 전사 비상경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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