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합의 특징을 나타내거나 요약하고 싶을 때 우리는 주로 ‘평균’을 사용한다. 평균이라는 값이 집단의 특성을 대표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무심코 쓰는 이 평균이란 기법이 그 집단을 얼마나 잘 설명해주는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부족이 다른 부족을 공격하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적진으로 향했다. 그런데 적진 앞에 큰 강이 있었다. 상대를 공격하려면 일단 강을 건너야 했기 때문에 부족의 우두머리가 장군에게 강의 평균 수심을 물었다. 강의 수심이 140㎝라는 대답을 듣고 부족의 우두머리는 즉시 강을 건널 것을 명령했다. 장군은 병사들의 키가 모두 165㎝ 이상이므로 충분히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을 건너던 병사들이 도중에 모두 물에 빠졌다. 강의 한가운데 수심이 병사들의 키보다 훨씬 깊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을 건널 때는 평균 수심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의 노후도 강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주변에 노후준비에 관한 각종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이는 모두 평균 수준을 가정하고 만든 것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기 마련이다. 가계의 소득과 소비수준에 따라 평균과 차이가 클 수도 있고, 자녀가 몇 명인지에 따라서도 재무구조가 확연히 달라진다. 심지어 요즘엔 1인 가구가 3~4인 가구보다 더 많다. 따라서 노후준비를 할 때는 개별적인 상황과 조건에 맞춰 접근해야 한다. 은퇴 후 연금을 받을 때도 수령 기간이나 금액 등을 잘 따져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수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종신형’으로 연금을 받기를 원한다. 예상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경우 연금 누계액 자체가 가장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보다 더 일찍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거나 고소득자로 살다가 갑자기 은퇴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 수령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는 ‘은퇴 크레바스 기간(은퇴 후 소득이 없고 연금도 없는 공백 기간)’이 생긴다. 이런 때는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의 연금을 종신토록 받기보다는 연금 액수를 늘려 조기에 집중적으로 받거나, 필요한 기간 동안만 연금을 받으면 된다. 또 자녀나 배우자에게 적립한 금액을 상속하고 싶다면 생존 시에는 적립금의 이자만 연금으로 수령하고, 피보험자 사망 시 적립금이 상속되는 ‘상속형’도 고려해 볼 만하다.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연금 수령 방식을 선택하자. 무턱대고 평균이라는 말만 믿고 따라가기보다는 본인의 상황이 실제로는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보고, 그 간극을 메우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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