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술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 벤처기업이 76억여원을 투자 유치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고려대학교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인 뉴라클사이언스가 화제의 주인공. 지난 2015년말 설립된 이 회사는 6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76억여원의 투자 자금을 끌어들였다.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선도물질 도출 프로젝트는 지난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성재영 고려대 의대 교수가 오랜 연구 끝에 신경교세포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이미 생긴 ‘딱지’를 제거하면 신경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게 창업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이를 지지하고 영양·물질을 공급하며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접속부(시냅스)를 형성하는 신경교세포에 흉터와 딱지가 생긴다. 나머지 신경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작용인데, 몸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생겨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막아 퇴화하거나 죽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면 치매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뉴라클사이언스는 다양한 항체치료제 선도 물질을 개발했으며,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딱지가 생기게 하는 신규 표적단백질(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을 억제하는 최초 신약(First-in-Class) 개발이 목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물론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뇌신경계 질환 치료제로의 확장성도 크다.
반면 대다수 기업들은 뇌에 쌓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을 줄이고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치매 원인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등 독성물질이 쌓여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데 착안한 개발법이다.
김봉철 대표는 “내년 하반기 동물을 대상으로 (약효·독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위해 항체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오는 2019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인데 전임상시험 결과가 좋으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신경이 손상되면 케모카인 유사 단백질 분비량이 늘어나는 데 혈액에서 이를 감지하는 체외진단키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 혈액검사(효소면역검사) 방식으로 혈중 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키트에 대해 올 연말쯤 유럽 인증(CE 마크)을 따낸 뒤 미국 치매전문가와 환자·정상인을 정확하게 감별해낼 수 있는 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2019년 미국에서 진단키트 시판허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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