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지만 아직도 그의 ‘업적’이 아닌 ‘성별’로 소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 창업가, CEO(최고경영자) 자체가 매우 적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양 대표의 성공이 희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국내 코스닥 업체 CEO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아직도 2% 정도에 그친다.
여성에 녹록지 않은 기업 환경에서 성공을 거두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았을 텐데 양 대표는 “여성 CEO라서 힘든 점은 거의 없었다”고 겸손해했다. 그는 “여성 CEO가 워낙 적으니까 조금만 잘 해도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물론 회사 대표 이전에 여성으로 보는 시각이 없진 않았지만 그런 편견들은 학력, 지역 등 다른 부분에도 있지 않나”고 말했다.
다만 여성 후배 창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꼼꼼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성공한 CEO를 보면 아이디어나 기술력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굉장히 좋다”며 “우리나라 여성 기업인은 이 부분이 다소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단순히 친화력이 높다는 얘기가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때 외부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라는 평가가 많은데 업계에선 ‘양 대표와 1시간만 얘기하면 매력에 감화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는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들은 대인 관계와 네트워크에 정력을 투자할 각오와 자신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 대표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드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전체 근로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60%에 육박하고 임신,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일 가정 양립 실천 우수기업 경진대회 최우수상’, ‘2016 대한민국 여성인재경영대상’에서 중기중앙회장상(우수상)을 수상했다.
양 대표는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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