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뷰티산업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국이 ‘K뷰티’로 글로벌 화장품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뷰티업체 모시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중국 경제권역의 중심으로 꼽히는 장강 삼각주에 위치해 있으며 뷰티산업 부흥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중국의 국내 화장품 기업 유치는 바로 이곳 후저우에서 먼저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 설명회를 열고 한국 업체에 러브콜을 보냈다.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는 남쪽 항저우와 30km, 동쪽 상하이와 120km 거리에 위치해 있어 잠재적 경제 요충지로 꼽힌다. 특히 후저우, 상하이, 수저우를 삼각형으로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연내 개통되면 상하이 홍차오 기차역에서 단지 내 우싱구까지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잇츠스킨, 후저우단지에 첫 둥지 = 중국 내에서도 남다른 규모를 자랑하는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는 오는 2025년까지 992만㎡(30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뷰티타운 내 330만㎡(100만평)로 꾸려진다. 이곳에는 대규모 화장품 생산단지 외에도 연구개발 센터, 생산공장, 검사측정센터, 박물관, 식물원, 미용·성형외과, 문화체육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13개 화장품 및 부자재 기업들이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정부는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를 중국중견화장품기업구역, 중한화장품산업구역, 중불화장품산업구역 등 3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중국·한국·프랑스 공동의 초대형 화장품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러브콜에 가장 먼저 응한 해외업체는 중국에서 반응이 뜨거운 ‘달팽이 크림(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를 판매하는 잇츠스킨의 모기업인 한불화장품이다. 유근직 한불화장품 대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화장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한국 화장품 제재를 가할 것을 일찍이 예상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선제전략이자 중국 현지화 전략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이에 한불화장품은 지난 2014년 중국 내 자체 생산 공장 설립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2015년 11월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현지 제품 생산에 시동을 걸었다. 한불화장품이 중국 현지 생산을 결정한 이유는 현지에서 ‘중국산 제품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점차 완화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0년 대 중반 중국 식음료 및 뷰티업체의 위생 관련 부정 이슈가 잇따르면서 중국 소비자의 자국 업체에 대한 불신과 자국 생산 제품 사용에 대한 불안함이 고조됐다. 이런 이유로 깐깐한 기준에 의해 제조되는 한국산 화장품이나 식음료 등이 중국 현지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돼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검열 강화와 중국 업체의 노력으로 현지 생산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자국 소비자들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현지 생산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불화장품 관계자는 “중국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국내 업체도 전체 상품군 중 중국 내 생산 비율이 약 70%에 육박하는 등 실제 다수 국내 화장품 제품이 중국 위생허가를 취득했음에도 중국 현지생산을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에게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신뢰성을 얻은 상황이며 상품 기획 및 개발은 한국에서 진행하고 생산 및 현지 마케팅은 중국에서 시행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바이 코리아’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입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메이드 인 차이나·바이 코리아’ 시대 주도 = 한불화장품의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 내 중국공장은 3만 3,000㎡(1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해당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600만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 중인 잇츠스킨의 인기 제품 외에 중국 전용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상하이 민항구에 위치한 잇츠스킨 중국법인과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영업적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현지생산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정부 차원에서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 입주 업체에 신속한 행정 처리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중국 국가급 프로젝트인만큼 입주 기업들에 길게는 3년 이상 걸리는 토지허가증도 이곳에서는 6개월 내 취득할 수 있다. 입주업체들의 원활한 행정업무 진행을 위한 정부 행정담당자 1대1매칭 세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세금 우대, 산업펀드 조성 및 투자 자금 지원, 공장 부지 기초 공사 지원, 공장 인근 제반 시설 무료 설치 등 혜택이 주어진다.
잇츠스킨은 올 하반기 중국 내 플래그십 스토어 개점 시기에 맞춰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해 직접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생산과 물류, 마케팅의 삼각 편대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3월 유통 및 마케팅 총괄을 담당할 중국 상해 법인장도 선임해 현지 마케팅도 강화한다.
잇츠스킨을 시작으로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의 중국 뷰티산업 기지 입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화장품 용기 생산업체인 연우 역시 후저우화장품산업단지 내 입주를 확정하고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프랑스 명품 향수 브랜드 랑프 베르제와 대만의 샤문상신화장품유한공사도 입주를 결정했다. 중국 대표 화장품업체 중 하나인 프로야도 입점을 확정하고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접근성과 편리한 교통, 저렴한 토지 가격 등 이점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해당 지역은 차이나 뷰티의 산실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사드 배치로 인한 금한령 조치 등으로 한국 화장품 수출에 비상 신호가 켜진 가운데 중국 화장품 현지 생산은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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