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에서 최대주주 지위 자리를 포기했다. 외부 간섭을 막기 위해 지분 20% 미만 매각을 고집하던 기존 방침을 뒤집고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바는 미 원자력 사업에서 눈덩이처럼 커진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사업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쓰나가와 사토시(사진) 도시바 사장은 14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사업은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며 “(반도체 사업) 최대주주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쓰나가와 사장은 이어 “가장 가치 있는 선택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애초 반도체 사업 지분 매각 규모를 최대 20%로 제한하겠다는 도시바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미국 원자력 사업의 손실로 인한 채무초과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결산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이날 돌연 실적 발표를 최장 3월14일로 연기하겠다고 공표하며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지 않은 잠정 실적만 공개했다. 도시바가 잠정 집계한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손실 규모는 7,125억엔이며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연결 최종손익은 3,900억엔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시바의 적자 규모는 3월 발표에서 더 커질 수 있다. 이날 실적발표를 미룬 이유가 “경영진에 의한 부정한 회계처리 압력”이라고 밝힌 만큼 외부 감사 과정에서 은폐를 시도하던 손실 규모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다면 도시바는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반도체 사업의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 도시바가 3월 말까지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못하면 도쿄증시 1부에서 2부에서 강등되는 것은 물론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된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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