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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뇌관’ 관리 못하면 경제위기 올 수도

FORTUNE'S EXPERT |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이 아주 복잡하다. 중국, 일본과는 외교 마찰로 인해 경제적 후폭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금리를 인하해도 시원찮을 국내 상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부동산·가계부채·자영업 문제도 골칫거리다. ‘2017년 경제위기설’이 퍼지고 있는 이유다.

현재 국내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가계부채·자영업이다. 모두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문제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지난해 12월말 3조105억 달러로서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그 직전 달인 11월말에는 3조516억 달러였으니 한 달 만에 400억 달러 정도가 더 감소한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16년 1월에서 11월까지 중국을 빠져나간 해외 자본은 총 6,34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00억 달러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 해외 자본이 중국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은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11월까지 1조5,000억 원 정도의 순매도액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이를 충분히 견딜 만하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3,711억 달러로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1,000억 달러에 가까운 흑자 상황이라 외환 부문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정세는 우리에게 최악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에 더해 최근 일본과의 외교 마찰도 겹치고 있다. 일본과 재개하려던 ‘한일 통화스왑 협정’도 중단된 상황이다. 한일 통화스왑은 약정 규모가 한때 700억 달러에 달했다가 외교 마찰로 인해 협정이 파기되면서 제로가 되었다. 이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다시 위안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단되었다. 외화 한 푼이 아쉬운 터에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노믹스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북핵 대응 문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SOC 투자로 인해 미국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금리가 선제적으로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리를 인하해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금리가 본의 아니게 인상되는 곤혹스런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이 우리에게 엄청난 짐이 되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살얼음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하순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고 위안화가 폭락할 것이라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었다. 30여년 전 파운드화 폭락을 예상하고 투기적 공격을 통해 열흘 동안 10억 달러를 챙긴 그의 경력 때문인지, 그는 ‘투자 대상 가격이 떨어진다’ 쪽에 베팅을 하는 ‘숏 포지션’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당시에는 위안화가 떨어지고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그의 발언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소로스가 ‘판정패’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중국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성이 존재하고 있다. 엄청난 부채가 발목을 잡는 가운데 성장률이 자꾸 하락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도 안심하기 힘든 변수이다.

국내는 어떤가. 국내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가계부채·자영업이다. 가히 ‘3대 뇌관’이라 부를 만하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해 2017년 하락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하락세가 관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만이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1,3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연결되어 있다. 가계부채에 문제가 생기면 부동산이 하락하고 혹은 부동산 하락이 가시화되면 가계부채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 담보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한 상황인데, 만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채를 보유한 많은 가계의 대차대조표에 이상이 생긴다. 부채는 그대로인데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순자산이 감소하면서 부채상환 능력은 현저히 감소한다. 결국 추가적으로 부채를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영란법의 타격을 정면으로 받아 휘청거리는 자영업도 문제다. 자영업자들은 가계부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 160조 원에다가 소상공인 대출, 즉 기업부채를 통해 300조 원 정도의 빚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군데 합쳐 약 460조 원이 자영업에 잠겨 있다 보니 지금처럼 내수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 자영업자의 영업성과가 악화되고, 결국 자영업자 대출 부실로 연결 될 수 있다. 자영업 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압류하고 경매로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위해 임차하고 있는 건물도 소유주가 담보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자영업자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이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영업의 몰락은 건물 소유주의 부채상환 능력까지 감소시키면서 가계부채, 주거용 부동산, 상업용 부동산까지 서로 연결된 총체적인 ‘대차대조표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문제이다. 이로 인해 원치 않는 국내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는 경우 부채 이자가 급등하면서 가계부채 부실이 증가할 수도 있다. 금리 인상 자체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부실화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또 하나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경제위기설이 퍼질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선적으로 외환 부문을 잘 관리해야 한다. 해외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잘 관리하고 안심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부동산 부문 가격 하락이 심해지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수 부문, 특히 자영업에 대한 부양책은 아주 중요하다. 일단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조치가 필요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부채상환 관련 지원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집값 폭락은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 안정적 유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2017년 우리 경제의 위기설이 말 그대로 ‘설(說)’로 끝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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