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올해 4월부터 불법·부당한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과 채권자 변동정보 조회 시스템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금리 인상기에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회의원까지 법안 발의로 채무자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극도의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일각에서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Q. 오늘 금융위원회에서 채권추심 건전화 방안 추진 점검회의를 열었죠?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왔나요?
[기자]
네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요약됩니다.
우선 금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전화와 문자 등 어떠한 형대로든 하루 2회를 초과해 채무자에게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채권추심회사와 대부업자 등에 대해 이 가이드 라인 준수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사하기로 했습니다.
또 금융회사나 대부업자가 대출채권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는데요.
오늘 4월부터 시행 예정으로, 이는 매각 과정에서부터 채무자의 보호를 고려하도록 하려는 조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4월부터 채무자 스스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채권자 변동정보 조회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인데요.
조회 시스템에서는 채무자가 채권자 변동 현황이나 채권 소멸시효 등 본인 채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Q. 채권자들은 채무자 보호에 더 신경 쓰도록 유도하고, 채무자는 스스로 권리보호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정도로 이해가 되는데요. 용어들이 어렵다 보니 채무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건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몇 년 뒤에 대부업자로부터 A저축은행에서 대출채권을 양도받았으니 자신에게 변제할 것을 요구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개인 채무자들은 본인 채무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렵고, 또 빚을 진 입장이기 때문에 잘못된 변제 요구라고 해도 확신을 갖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오는 4월부터는 ‘채권자 변동정보 조회 시스템’에서 손쉽게 채권자 현황과 변동내역을 조회할 수 있어, 권한 없는 채권추심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됩니다.
또 조회 시스템에서는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도 확인 가능한데요.
대출원리금을 연체한 날부터 5년이 지난 금융채무를 소멸시효 완성 채권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채무자의 변제의무가 사라지는데요.
주의 할 점은 채무자가 소액이라도 다시 갚으면 변제의무가 되살아난다는 점입니다.
이를 악용해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싼값에 대량 매입한 뒤 채무자들에게 소액만 갚으라고 유도하는 사례들이 있는데요.
조회시스템이 제공되면 이처럼 부당한 변제요구에 채무자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또 가이드라인에도 매각 대상 채권 선정단계부터 소멸시효 완성채권이 거래되는 것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앵커]
네, 올해부터 금리 상승기에 돌입해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채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채무자 보호를 보호하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인데요. 한편에서는 추심정책이 너무 채무자 보호에만 집중돼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키운다는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특히 최근 금리가 상승기에 돌입해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채무자 보호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신용소비자 대리인제도를 주요 내용으로 한 ‘소비자신용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채무자가 변호사 등 대리인을 선임하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접촉하는 것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인데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우선 업계에서는 실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선임 비용을 낼 수도 없고, 재산을 숨긴 악성 채무자들만 대리인제도를 사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채무자 보호가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에 대해 기존제도로도 충분히 채무자가 보호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채권자의 권리가 약해져 발생하는 부작용을 우려한 겁니다.
돈을 안 갚는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돈 돌려 받기가 어려워질 수록 은행 등에서는 담보가 있는 대출만 선호하고, 결국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인데요.
또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해 줌으로써 오히려 채무자 보호도 강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채무자 재산현황에 대한 정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데요. 미국에서는 추심을 하는 과정에서 세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환할 수 있는 채무자만 추려낼 수 있어, 재산이 없는 사람한테까지 빚 독촉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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