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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 재청구]"영장에 추가한 혐의 이치에 안맞아"...삼성, 더 치밀해진 방어전

첫 영장 기각당한 특검 보강수사로 뒤집기 노려

"강요로 지원...대가성 없어" 삼성 조목조목 반박

"반기업정서 휘둘려선 안돼" 재계 우려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를 둘러싸고 특검과 삼성의 법리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의 최순실 지원자금이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전제로 다양한 증거를 끌어모으는 동시에 범죄수익 은닉 등 새로운 죄목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반면 삼성은 최순실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것일 뿐이며 대가성은 일절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삼성은 대통령의 강요를 받은 ‘피해자’일 뿐이며 삼성물산 합병 등을 최순실 지원의 대가로 엮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수라는 것이다. 특검이 제시한 새로운 죄목 또한 사실관계가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죄명만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역시 대기업만 집요하게 공격하는 특검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크다고 보면서도 법원이 반기업 여론에 휘둘려 결국 영장을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15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두 차례의 영장 청구에서 특검이 제기한 범죄 혐의는 다양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삼성의 최순실 지원자금이 ‘뇌물이냐, 아니냐’이다. 대가성 없는 지원이었다는 삼성의 논리가 받아들여지면 이 부회장은 이번에도 구속을 피할 수 있다. 법원은 지난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도 기각 사유로 ‘뇌물범죄 소명 부족’을 들었다. 사실상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검은 이후 20여일간의 보강수사를 거쳐 전세를 뒤집기 위한 다양한 증거를 수집했다.

삼성의 최순실 지원 대가로 특검이 끈질기게 파고든 것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이다. 이는 삼성과 특검 간 법리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을 삼성의 최순실 지원에 따른 대가로 봤다. 하지만 1차 영장 청구 당시 특검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시차’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26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발표되고 7월17일 양사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는 그 이후인 7월25일에 이뤄졌다. ‘독대→삼성물산 합병’이 아니라 ‘삼성물산 합병→독대’의 순서이기 때문에 특검의 뇌물죄 고리가 약해진 것이다. 삼성은 독대 과정에서도 최순실·정유라 지원은 아예 논의된 적조차 없다고 반박한다.



특검은 이에 따라 보강수사를 거쳐 새로운 의혹을 추가했다. 의혹의 핵심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물산 순환출자 해소 지원이다. 공정위는 2014년 7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조항’을 담은 공정거래법을 시행했는데 이 법이 처음 적용된 사례가 삼성물산 합병이다. 합병 이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을 얼마나 처분해야 하느냐’는 이슈가 발생했다. 이는 독대 이후의 일이다.

당시 공정위가 주식 처분 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고 이 과정에서 안종범 청와대 수석 등의 개입이 있었다고 특검은 주장한다. 삼성물산 합병 전후에 이뤄진 국민연금과 공정위의 삼성 지원이 ‘삼성의 최순실 지원에 따른 종합 패키지’라는 게 특검의 새로운 논리다.

하지만 공정위가 주식 처분 규모를 줄여준 것에 대해 과연 뇌물의 대가로 볼 수 있느냐는 법리적으로 많은 논란을 안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은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단순화’되는 효과가 있어 순환출자가 강화됐다고만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삼성 고위층이 공정위를 상대로 주식 처분 규모를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해도 이는 기업의 ‘반론권’에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500만주 처분 결정은 공정위가 고민 끝에 내린 절충점이라고 보는 시각이 되레 우세하다. 이 같은 시각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특검의 영장 재청구 논리는 약해진다.

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 특검이 새로 추가한 죄목 역시 삼성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재산 국외 도피나 범죄수익 은닉죄가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삼성의 최순실 지원이 ‘뇌물’이라는 가정이 성립해야 한다.

최순실 지원자금이 뇌물이나 횡령 등 범죄에 엮인 돈이라면 삼성과 최순실 측의 독일에서의 용역 계약과 마필 매각 등은 범죄수익 은닉에 해당할 수 있고 최순실에 대한 자금지원도 당국의 신고를 거치지 않은 증여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은 기본적으로 삼성의 최순실 지원자금이 뇌물이 아닌데다 용역 계약이나 마필 매각도 허위가 아닌 만큼 특검의 논리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과 특검의 법리 공방이 이처럼 날 선 가운데 이 부회장 구속의 키를 쥔 법원은 ‘피해자 삼성’과 ‘뇌물공여자 삼성’ 사이에서 다시 치열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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