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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은 롯데그룹 지주사전환 속도내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023530) 지분을 처분하면서 롯데그룹의 지주사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 5.5%(173만883주)를 지난 15일 종가에서 11% 할인된 주당 22만6,060원에 시간 외 블록딜(대량매매)로 처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3,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지분은 지난달 부친 증여세 대납을 위한 것으로 알려진 담보 대출물량 250만5000주(8%)를 제외한 전량이다.

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확보한 4,000억원에 가까운 실탄의 용처에 관심을 쏟는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 지분 매각 대금을 통해 롯데쇼핑과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롯데제과나 롯데알미늄 주식 매입을 예상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지분 경쟁에서 앞서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제과 지분 매입은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시도해볼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며 “신동빈 회장의 우호 지분이 월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내에서의 지분 경쟁에서 벗어나 대상을 일본 롯데로 돌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인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광윤사나 L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 강화를 노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 지분이 많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종업원지주회사에다 신 회장 우호지분이 많아 지분을 사들이고 싶어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차원일 수 있다”며 “신 회장이 검찰 수사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에 실마리를 일본에서 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이었던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이 줄어든 만큼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롯데의 지주사 전환은 한국 롯데 계열사의 상당수를 지배하는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것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후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배력을 약화시킨 뒤 호텔롯데 투자회사와 앞서 만든 유통·식품 부문의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식이다.

특히 다음주 예정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서 그룹 내 계열사를 유통·화학건설·호텔·식품 등 4개 사업 부문(BU)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지주회사 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개편 뒤 롯데는 당장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기보다는 신 회장의 지배력이 크면서 상장되지 않은 롯데건설이나 롯데정보통신 등 우량 계열사를 상장시켜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비상장 우량 계열사의 상장이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서민우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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