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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FOCUS ¦ 우울증과 맞서기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울증은 열정적 낙관주의자로 보이는 기업가들에게 일종의 오점으로 작용한다. 그런 암울한 그늘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브래드 펠드 Brad Feld에게 1990년대 는 인생의 전성기처럼 보였다. 전도유망한 소프트웨어 회사를 공동 창업한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겉보기와는 달리 감정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태였다. 매일 10~12시간을 일하고 밤늦게 퇴근했던 그는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 느낌이었다.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하거나 욕조에 앉아 3시간 쯤을 보내곤 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동업자와 여자친구뿐이었다. 그는 그 외 사람들에겐 거리감이 있거나 생기가 없는 사람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브래드는 3년 간 우울증에 시달렸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안개 속을 겨우 빠져나올 때쯤 여러 변화들이 물밀듯이 찾아왔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고, 볼더 Boulder로 이사해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부터 그의 삶에 이따금씩 행운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벤처회사 파운드리 그룹 Foundry Group과 스타트업 육성기업 테크스타스 Techstars를 공동 창업했다. 작가 겸 블로거이자 한 가정의 남편이고, 모두가 인정하는 꽤 괜찮은 남자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브래드는 종종 무너질 때가 있다. 그는 끔찍했던 9·11테러의 악몽에 아직 시달리고 있다. 2013년에는 과도한 업무량과 목숨을 잃을 뻔했던 자전거 사고로 또다시 감정의 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브래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당시 IT업계는 유명 인사들의 자살 사건을 여러 차례 겪고 있었다. 그 중에는 프로그래머이자 핵티비스트 (*역주: ‘해커’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로 컴퓨터 해킹을 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동주의자 애런 슈워츠 Aaron Swartz와 에코맘 Ecomom의 공동창업자 조디 셔먼 Jody Sherman도 포함돼 있었다. 브래드는 그때 자신이 겪고 있던 어려움과 고통을 글로 써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그러자 반응이 쇄도했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직접 연락을 취해왔다”고 말했다. 그 중 일부는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기업인들 사이에선 우울증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과 활발함과 긍정성을 높게 평가하는 업계의 ‘낙인 효과’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기업가들이 (통계상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회사에 올인해야 하는 감정적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우울증 스토리가 있기는 하다. 우울증을 드러내는 극소수 기업인들은 스스로 특정 사이클 안에 갇혀 있다고 묘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신체적·정신적 번아웃, 걱정, 주기적 슬픔에 시달리지만, 성공을 위해선 반드시 딛고 일어나야 할 극복 가능한 장애물들이다.

UC 샌프란시스코의 심리학자 마이클 프리먼 Michael Freeman은 “행복한 결말로 귀결되는 비슷한 스토리들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됐고 이제는 괜찮다’는 식 말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여전히 온전치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가의 성격적 특성을 연구하는 그는 기업인이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믿고 있다.

제리 콜로나 Jerry Colonna는 “누구도 블랙홀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가 2014년 볼더에 설립한 리부트 Reboot는 현재 집중적인 워크숍을 통해 기업인에게 감정 해소법을 교육하고 있다.

창업자들이 원래 우울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라기 보단 감내해야 할 리스크와 실패가 일반인들보다 많아서 그렇다.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의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 회사 중 90%는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경영인들과 실리콘밸리 업계는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을 높이 평가하지만, 사실 실패는 심각한 감정적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올해 31세인 테일러 매클레모어 Taylor McLemore는 2010년 창업 후 처음 우울증을 겪기 시작했다. 회사는 초창기 많은 기대 속에 50만 달러 자금을 유치했고, 미래도 매우 밝아 보였다. 하지만 2년 만에 회사 자본이 모두 바닥났다. 테일러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이 회수불능 상태임을 알려야 했다. ‘사업이 실패하면 나도 실패자가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그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부인과 친구, 지인들이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그를 위로했다. 덕분에 매클레모어는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에서 사업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다시 창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게 바로 기업가의 역설이다. 우선 진입할 업계의 실패율을 잘 알아야 한다. 그 다음 성공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려야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제리 콜로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프레드 윌슨 Fred Wilson과 함께 뉴욕시 최초의 벤처 캐피털 회사를 차려 일찌감치 성공한 기업인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다. 하지만 닷컴 붕괴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다. 그는 곧이어 세계무역센터가 테러공격으로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부터 콜로나는 직업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매우 힘든 생활을 했다. 그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견디지 못해 달력을 스케줄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막상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아 모두 취소해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날 오전 금융가에서 회의를 마친 콜로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리치료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가오는 열차 앞에 뛰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치료사는 우선 사무실로 오라고 그를 설득했다.

이후 콜로나는 벤처 캐피털 업계를 완전히 떠났다. 반면 그의 동업자였던 프레드는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올 여름 브루클린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뉴욕 잡지사들은 프레드와 나를 ‘뉴욕의 왕자들’이라고 불렀다. 지금 그는 왕관을 쓰고 있고 나는 궁정의 광대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에게 후회는 없다. 업계를 떠난 후 건강하고 정직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됐기 때문이다.

우울증 경험이 있는 제리 콜로나는 기업가들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시작했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생길 수 있다. 팀 새 쿠 Tim Sae Koo(26)는 대학생 때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소셜 디스커버리 social discovery (*역주: 사용자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우연히 자신에게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발견하는 것) 사이트 틴트 Tint를 설립해 현재 CEO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에게 쉬웠던 일은 없었다. 사업 초기 사무실 공간을 둘러싼 갈등으로 두 동업자(어린 시절 친구와 전 여자친구)가 회사를 떠난 후, 쿠는 일을 오락처럼 여기며 살아왔다. 밤 10시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도 이메일을 처리했다. 그는 운동, 사회 활동, 심지어 동료와의 일상 대화도 모두 오락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 직원이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순간 그는 ‘슬픈 감정’이 들었고, 자신의 인생이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심지어 회사가 처음으로 수익을 냈던 2013년에도 기쁨보단 공허함이 차올랐다. 그는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라는 회의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그 후 그는 일상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일을 덜하고 더 잘 먹었다. 운동, 친교 활동 등 ’현재를 살기 위한‘ 일을 했다. 그럼에도 특성상 창업자는 여전히 어려운 자리였다. 지난해 초 회사는 매출 전망치를 낮췄고, 그는 5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심리학자들은 기업가들이 각기 다른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곤 한다. 심리학자 존 가트너 John Gartner는 “자극이 부족할 때 기분이 가라앉는 고성과자들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그의 고객 중 한 명은 사업을 매각한 후 바다로 요트를 타러 갔다. 가트너는 “멋진 삶처럼 보이겠지만, 그 고객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이 없어지자 목적 없는 삶을 사는 기분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일부 창업자들은 패기 있는 성격(get-up-and-go personality)과 거리가 멀다. 데이비드 맨델 David Mandell(49)은 항상 우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사람들은 기본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 행복에 가까운 성향의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우울한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맨델은 공동 창업한 첫 비즈니스에서 믿음을 상실했다(그의 스타트업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시작해 실시간 검색엔진으로 브랜드를 바꿨다가 결국엔 실시간 광고교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큰 충격’을 받은 게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바뀌어가는 사내 문화를 혐오했다. 맨델은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좋은 직원들은 그게 싫어 떠났고, 전혀 개의치 않는 정반대의 사람들만 남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2008년 회사를 떠났다. 자신이 세운 회사가 전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걸 바로잡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직원, 투자자, 가족 모두를 실망시켰다는 자책감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맨델은 일단 도피했다. 좀처럼 무기력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기가 싫었다. 마침 그때 한 친구가 그에게 신생기업 고문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요청은 그에게 꼭 필요한 생명줄이 됐다. 그의 경험과 지식이 충분히 가치 있다는 증거였다. 그는 더 이상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지 않았고 기분도 훨씬 나아졌다. 그후 그는 신생기업들이 사무실 여유공간을 임대할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 피봇데스크 PivotDesk를 설립할 수 있었다.

맨델은 이 사업마저 실패한다면 자신의 기분이 다시 곤두박질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런 예상은 어렵지 않다. 마이클 프리먼은 “기업인들이 우울증을 사업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다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해결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브래드 펠드는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커피와 술을 마시지 않고, 어떠한 영상도 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를 “전술적 단계”라고 부른다. “정말 힘든 일이다. 창업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숱한 난관 중 하나로 우울증을 겪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우울증을 앓는 창업가나 기업인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사라지길 바란다. 펠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에게 우울증은 부러진 다리나 비만과 같은 문제다. 명백한 장애물이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면 관리를 할 수 있는 문제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LAURA EN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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