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주들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선주자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대선주자와 별 관계가 없는 기업도 정치 테마주에 끼어들며 유사 테마주를 형성하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가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22%까지 끌어올렸음에도 정작 기업들은 안희정 테마주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 지사의 테마주인 SG충방(001380)·KD건설·자연과환경(043910)·원풍(008370)·엘디티(096870) 등 5개 상장사들이 “안희정 지사와 관계가 없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정치테마주로서는 이례적인 해명 공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테마주들이 급등하면 조회공시 답변에서 보통 ‘이유 없음’이라는 애매한 답변으로 추가 주가 상승을 은근히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사례처럼 특정 정치테마주들이 무더기로 자신들은 해당 정치인과 관계가 없다고 밝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해명 공시에 관련 테마주들의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SG충방은 안 지사와 무관하다는 공시에 이날 주가가 22.42%나 하락했다. 자연과환경도 전일 안 지사와 아무 연관이 없다는 공시 이후 이날 5.58% 빠진 2,705원에 장을 마쳤다. 원풍도 부인 공시 이후 17일까지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상장사들의 뒤늦은 ‘양심고백’은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정치테마주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 의지와 주가 급등 이후 투기적 세력이 몰리며 정상적인 기업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테마주 관계자는 “정치테마에 편성되며 등락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 거래소·금감원·금융위 등 유관기관이 정치테마주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 논의를 통해 상장사와 적극적인 소통을 늘린 것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과거에는 이상 급등 시 상장사에 일방적으로 사이버 경보 발동을 알렸다”며 “하지만 연초부터 사이버 경보를 보낸 뒤 기업들과 주가 이상 급등에 따른 소통을 늘리고 있고 해당 상장사들도 이에 상당히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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