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 같은 질문에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며 유보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NYT는 이날 ‘돈, 권력, 가족:한국의 재벌 내부’라는 제고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을 한국 재벌의 유래와 성장사에 대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선 가족이 전부”라고 운을 뗀 뒤 일가족이 기업군을 통제하는 소수 재벌들이 한국의 경제적 삶을 지배하고, 엄청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점점 더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 같은 재벌을 통한 성장의 유효성은 나름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박정희 정권 이래 산업 육성과 수출 진흥책을 토대로 한 경제발전 전략이 몇 십 년 만에 ‘산업대국’의 성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은 정부의 각 종 지원을 토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 뒤에서 “재벌들은 정부의 보호와 노동운동 탄압에 힘입어 외국과의 경쟁이나 비용부담으로 인한 실패 걱정 없이 새 영역으로 사업 제국들을 확대했다”며 “이는 결국 국가 내부의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그 결과 1990년대 말에 한국 제조업 시장의 3분의 2를 재벌들이 장악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NYT는 재벌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상당한 정치적 힘을 갖게 됐다고 봤다. 정치인들이 기업의 정치·재정적 지원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점차 줄어들었으며,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 회사가 실패하면 전 계열사가 위태로워지는 재벌 내부 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특히 “반복되는 재벌 스캔들은 무엇보다 짜증 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과연 한국에서 재벌은 위협받고 있나’라고 자문한 뒤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며 유보적인 시각을 보였다. 신문은 “이건희 회장은 화이트칼라 범죄로 두 차례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매번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면받았다”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벌 경영진은 아주 조심스럽게 대우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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