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쁨은 홍상수 감독님 덕분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김민희(35)가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그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on the beach at night alone)’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의 여배우가 3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이 칸 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10년 만이다. 30년전인 1987년에는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민희를 일약 세계적 배우의 자리에 앉혀준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인 영화감독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 영희의 이야기다. 영희는 독일 함부르크 여행에 이어 강릉에 돌아와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이다. 영화가 현지에서 상영된 직후 홍 감독의 자전적 내용과 흡사하다는 언론의 질문이 잇따랐지만 동시에 높은 평점과 호평이 쏟아졌다.
앞서 김민희와 홍 감독은 2015년 9월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계기로 불륜설에 휩싸였고, 국내외 언론이 발칵 뒤집혔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두 사람은 지금까지 국내 팬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다가 이번 영화제에 동반 참석했다.
김민희는 “너무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주신 홍상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다”고 수상 소감에서 말했다.
김민희는 잡지와 CF 모델로 먼저 얼굴을 알려 1999년 드라마 ‘학교 2’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2002년 ‘순수의 시대’로 첫 주연을 맡았지만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고, 배우보다는 ‘패셔니스타’ 등 모델 출신 이미지가 더 강했다. 그러나 2008년 ‘뜨거운 것이 좋아’에서 가능성을 드러내더니 2012년 변영주 감독의 ‘화차’를 통해 진정한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아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