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 업계가 가격 규제에 묶인 사이 수입 맥주가 ‘4캔 만원’을 무기로 급성장 하고 있다. 올 들어 주요 편의점에서 팔린 수입 맥주 비중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 ‘GS25’ 편의점에서 팔린 맥주 중 수입 맥주 비중이 이달 14일 현재 55.8%를 기록했다. 국산 맥주 비율은 44.2%에 그쳤다. GS25의 수입 맥주 매출 비중은 작년 1월 39.7%에 머물렀으나 매월 꾸준히 늘면서 올해 들어 60%에 육박하게 된 셈이다.
다른 주요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GF리테일 ‘씨유’(CU)의 경우 지난 1월 맥주 매출 중 수입 맥주의 비중은 전체의 51%를 기록했고 2월(14일 기준)에는 52%로 더 늘었다. 반대로 국산 맥주의 1월과 2월 매출 비중은 각각 49%, 48%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CU의 수입 맥주 매출 비중은 2014년 30%에서 2015년 42%, 지난해는 48%로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 50%를 돌파한 것이다. ‘세븐일레븐’ 역시 2014년에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매출 비중이 각각 76.5%, 23.5%로 국산이 월등히 앞섰으나 올 2월 14일 기준으로 49.8%, 50.2%로 역전됐다.
이처럼 수입 맥주가 편의점에서 국산 맥주를 앞지른 건 ‘맥주 4캔 1만원’ 묶음으로 상징할 수 있는 수입 맥주 업계의 공격적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산 맥주는 이 같은 ‘4캔 1만원’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세청에 제조원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아울러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가 불가능하다. 경품도 출고가의 5%가 넘는 물건은 줄 수 없다. 수입 맥주는 생산원가를 파악할 수 없어서 출고가보다도 낮은 값에 팔 수 있다.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셈이다.
여기에 국산 맥주에 붙는 주세가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당시 신고가격 기준으로 주세를 매기기 때문에 수입 맥주가 더 저렴한 것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업체는 가격경쟁 면에서는 쓸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결정과 관련해서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국산 맥주의 다양성이 적은데다 맛도 수입산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 예로 국내 판매되는 수입 맥주가 6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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