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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혁신 우리가 이끈다] 위비뱅크·위비톡·위비마켓...'모바일 플랫폼' 글로벌 날갯짓

<4>우리은행

無서류·심사 스마트폰대출

모바일메신저·오픈마켓 등

'금융권 최초' 타이틀 잇달아

10개국어 실시간 대화 번역

베트남·印尼 등 영업망 구축

위비플랫폼 해외 진출 적극

이광구(가운데) 우리은행장이 올해 초 중구 본점 앞에서 직원들과 새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 행장은 이날 플랫폼 네트워크의 확장을 올해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의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를 출범시킨 지난 2015년 5월26일. 행사장 메인 무대에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파란색 꿀벌 인형이 나란히 올랐다. 우리은행이 위비뱅크를 알리기 위해 내세운 캐릭터 ‘위비’였는데 보수적인 기존의 은행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의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는 고객이나 임직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9개월이 지난 현재 위비는 우리은행의 간판 모델로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뿐 아니라 위비뱅크 출범 후 국내 금융시장의 트렌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은행 지점을 방문하거나 개인 컴퓨터(PC)를 통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돈을 이체하고 대출까지 가능한 것이 금융 상식이 돼버렸다. 국내 모바일 금융의 역사는 위비뱅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또 1997년 IMF(외환위기) 사태로 위기를 겪은데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공무원 조직’과 같았던 우리은행이 완전히 변모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사실 위비뱅크는 출범 당시만 해도 금융권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독창적인 실험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위비라는 이름을 앞세워 모바일메신저 ‘위비톡’과 멤버십 통합관리 플랫폼 ‘위비멤버스’, 오픈마켓 쇼핑몰 ‘위비마켓’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자고 나면 또 다른 위비 서비스가 생겨날 정도로 속도감 있게 경쟁 은행을 치고 나간 것이다.

전략은 주효했고 시장 선점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위비톡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300만명을 유치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위비톡은 우리은행 고객이 아닌 사람들까지 끌어모으는 효과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위비 시리즈를 단순히 금융에 한정된 플랫폼이 아닌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시켰다. 위비의 성공을 비관적으로 보며 팔짱 끼고 관망하던 경쟁 은행들은 그제야 화들짝 놀라며 너도나도 위비 따라 하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이 위비를 앞세워 내놓은 상품과 서비스는 거의 대부분 ‘금융권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위비뱅크의 ‘위비모바일대출’은 시중은행 최초의 중금리대출로 핀테크 기술이 적용돼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신용등급 심사 없이 24시간 스마트폰으로 대출 진행이 가능한 상품이다. 위비모바일대출의 콘셉트는 다른 은행의 모바일대출에도 적용됐을 뿐 아니라 정부가 금리절벽을 없애기 위해 서민들을 위해 내놓은 ‘사잇돌 중금리 대출’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위비톡은 금융권 최초의 모바일 메신저다. 펑메시지, 메시지 회수 등 기존의 시중 메신저에는 없는 기능까지 갖췄고 5초 만에 송금이 가능한 ‘톡톡보내기’, 편리한 회비관리 도구인 ‘더치페이’ 같은 금융특화 기능까지 탑재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더해 톡톡매거진·위비맛집·주택청약정보방·위비운세 등 20여종의 생활정보를 위비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등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위비마켓은 금융권 최초의 오픈마켓이다. 금융과 유통의 결합인 셈인데 일반 오픈마켓 대신 낮은 입점 수수료율을 적용해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설계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오픈마켓을 새로운 판로로 이용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위비를 내세운 디지털 금융 혁신 전략은 우리은행을 경쟁 은행을 추격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선도하는 위치로 바꿔놓았다.

국내시장에서 위비의 성공을 확인한 우리은행은 이제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 플랫폼 구축이 애초부터 외국인 영업과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며 “영업 기반이 취약한 해외시장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영업전략이 필요했는데 이에 가장 적합한 무기가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 들어 위비톡이 10개 국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했고 ‘실시간 외국어 대화번역 서비스’도 도입해 사용자들이 언어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현재는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위비뱅크를 글로벌 버전으로 개발해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리테일 영업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금융 시장 진입과 안착에서 오프라인 지점망 확충이 선결 과제였지만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시점에는 비대면으로도 얼마든지 해외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생활을 잇는 강한 모바일 플랫폼만 구축한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도 시장 경쟁에 뛰어들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금융권 최초의 캐릭터 사업도 시선을 끈다. 우리은행은 첫 캐릭터인 위비를 필두로 위비프렌즈를 개발해 지난해 12월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본격화하고 관련 수익도 냈다. 국내 은행에서는 처음 발생한 수익 유형이라 회계과목을 별도로 추가해야 했을 정도다. 위비프렌즈는 현재 인형, 문구, 화장품, 정보기술(IT) 액세서리 등 11종의 제품으로 상품화됐으며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위비프렌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금융교육 애니메이션은 5개 국어로 번역돼 해외 각지의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조재현 우리은행 스마트금융그룹 부행장은 “미래에는 강한 플랫폼을 가진 자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우리은행은 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국내 최초’ 타이틀을 딛고 ‘글로벌 최고’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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