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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고령화…장묘문화 대대적 손질]火葬 80%시대…"국유림 적극 활용 자연장 늘린다"

정부 '자연장 활성화 대책' 27일 무투회의서 발표

산림조합 임대 형태 운영…입지 규제도 대폭 완화

국공립 시설 확대, 비용 부담·부실 관리 등 줄이기로

파주시 ‘수목형 자연장’




국민의 80%가 화장(火裝)을 하는 시대, 장묘문화가 납골당에서 수목장·정원장 등 자연장 중심으로 확 바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웰-다잉(Well-Dying) 문화 확산으로 선진국처럼 자연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좁은 국토 면적에다 비용 문제 등으로 아직 화장 후 납골이 대세다. 이에 정부는 전체 산림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국유림을 활용해 자연장 부지를 마련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19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자연장 활성화 대책’을 오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는 무역투자진흥회의 안건으로 올리고 관련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자연장 입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산림조합이 운영하는 공공 자연장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라며 “사설 자연장에 비해 비용은 크게 낮추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리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자연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유림을 임대해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산림청이 국유림을 산림조합 또는 산림조합중앙회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자연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유림을 자연장으로 활용하려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등 관련 법령’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장사법에 따르면 수목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묘지는 토지 소유자만 설치 및 운영을 할 수 있다. 이를 토지 소유주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가능하도록 하고 대상 토지는 국유림으로 한정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유림은 전체 산림면적 636만 8,843㏊의 24.2%인 154만 3,352㏊에 달한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납골장은 대행하는 상조회사 난립 및 폐업 등으로 소비자 피해 잇따르고 사설 자연장은 비용이 1,000만원에 육박해 부담이 크다”며 “산림조합 산하 자연장 대폭 늘리고 자연장 관리 감독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자연장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수목장 등 자연장을 희망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관련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고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해 괜찮은 공공 자연장 시설을 마련하고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해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통계청의 ‘2015 사회조사(19세 이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장례 방법으로 ‘화장 후 자연장(수목장,잔디장 등)’을 선택한 사람이 절반에 가까운 45.4%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화장 후 봉안당(39.8%)’이었고 ‘매장’은 12.6%에 불과했다.

자연장을 원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는 비율은 높지 않다. 국민 80%가 화장을 선택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자연장 이용률은 10%대에 그쳤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화장을 선택한 사람 중 자연장 이용률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봉안이 73.5%로 압도적이었고 화장 시설 내 유골을 집단으로 뿌리는 유택동산을 택한 사람이 5.7%, 산·강·바다에 유골을 뿌린 이가 4.8%였다. 지난해 수도권 6개 화장시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가장 큰 이유는 자연장지가 ‘수준 미달’이기 때문이다. 한국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 37개 자연장지 중 12개는 불량으로 조성되거나 관리 부실로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국·공립이 합리적인 비용과 평균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2015년 현재 수용 규모는 39만구(장지 51개)에 불과하다. 사설(89만 8,000구·45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공립 봉안당 수용 능력(165만구·147개)의 4분의 1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장지 수용 규모에 비해 실제 안치된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총 96개(공설, 사설 중 법인·종교단체 운영 장지만 포함) 자연장지는 128만 8,000구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안치된 것은 5만 2,000구로 안치율은 4.0%에 그쳤다.

지금의 묘지, 봉안당 위주의 장례문화를 유지하다가는 국토가 견디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정부가 자연장을 장려하려는 배경이다. 전국의 묘지 면적은 국토의 1%인 10만 헥타르(1,000㎢)에 달한다. 주택면적의 절반에 달하고 여의도(8.4㎢)의 약 120배, 서울의(605.3㎢)의 1.65배에 이른다. 매년 여의도보다 큰 9㎢의 국토가 묘지 등 장례용으로 잠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봉안당 역시 부지를 계속 늘려가야 해 환경파괴 문제가 있다. 반면 자연장은 산림 및 잔디밭 조성 등으로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임지훈·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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