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들은 이사를 선임할 때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총 28.2%의 의결권을 주총에서 행사해왔다. 하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대모비스,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의 의결권은 8.3%로 쪼그라든다.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3% 넘는 지분을 보유한 현대모비스와 정몽구 회장의 의결권이 각각 3%로 줄어든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 특수관계인과 전략적 투자자, 국내 기관들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총합은 40.8%였지만 개정된 상법하에서는 의결권이 13.7%로 줄어든다.
현대차 지분을 보유한 해외 기관들의 입장은 정반대가 된다. 해외 기관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22.2%인데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상실하는 지분율은 1.5%에 그친다. 현대차(국내 기관 포함) 대(對) 해외 기관의 의결권 구도가 40.8%대22.2%에서 13.7%대20.7%로 단숨에 역전되는 결과를 낳는다. 국내 연기금이 기업 편에 선다고 가정한 경우로 연기금이 해외 기관에 지분을 보태면 역전되는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몇 곳이 의결권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3% 미만의 지분을 매입, 결탁하면 감사위원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된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 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기아자동차·SK이노베이션·현대모비스 등 주요 기업들이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 구도가 역전된다.
덩치가 작은 중소·중견기업에 이런 법안이 적용되면 대주주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는 정도가 더 커진다. 해외 펀드 입장에서 중소기업의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사회 운영을 좌우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상대적으로 지분 확보에 비용이 덜 드는 중소·중견기업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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