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가 국내 굴뚝 산업의 맥을 이어가던 시멘트 업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부실을 털어낸 업체들이 몸값을 올려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하며 공급과잉 산업인 시멘트 업계에 새로운 탈출구를 마련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그 동안 공급과잉으로 인해 떨어졌던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며 산업 회생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과 시멘트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LK투자파트너스와 신한금융투자와 한일시멘트(003300) 컨소시움이 현대시멘트(006390)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시멘트업계의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애초 LK투자파트너스 컨소시움의 현대시멘트 인수는 M&A업계에서는 예상을 못했다. 컨소시움내 전략적투자자(SI)인 한일시멘트가 내륙사인만큼 같은 내륙사인 현대시멘트를 인수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바다와 인접한 연안사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일시멘트는 예상을 깼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시멘트 지분 84.56%에 대해 예상가격보다 1,000억원이나 높은 6,000억원대 중반을 써내며 승기를 잡았다. 한일시멘트 입장에서는 시너지효과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에 베팅을 한 것이다. 업계 점유율 21.21%인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7.38%) 인수로 업계 1위인 쌍용양회(003410)(28.78%)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일시멘트의 베팅은 지난해 쌍용양회를 인수한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의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46%를 모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른 후 소형 시멘트 업체의 M&A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한앤컴퍼니는 먼저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한시멘트를 비롯해 과거 유진기업의 광양시멘트공장이었던 한남시멘트를 차례로 인수하며 시멘트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한앤컴퍼니는 적극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한시멘트의 수익성을 개선시켰고,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2위인 한일시멘트가 위협을 느낄 정도의 확장세이다.
한라시멘트도 PEF에 넘어갔다. 한라그룹이 해체된 후 세계 최대 시멘트사인 프랑스 라파즈그룹에게 인수됐던 한라시멘트는 동양시멘트(038500) 인수 실패로 라파즈가 철수를 결정하며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컨소시엄에게 넘어갔다.
PEF 들이 시멘트업체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장치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오랜 과점체제 구축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특히 PEF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악화 된 재무구조를 회복시키고 실적을 빠르게 개선 시키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12월 쌍용양회를 인수한 뒤 시멘트를 제외한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했고, 영업이익 역시 매 분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독점 형태로 지속되다 보니 PEF들이 기존의 상위 업체들을 비교적 높은 가격에 사들여 시장에 진입,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이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킨 뒤 IPO, 재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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