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기업들의 후속 투자도 깜깜이가 됐다. 대기업이 올해 그리는 투자 청사진을 확인할 수 없으니 1차, 2차 벤더로 내려갈수록 올해 설비 투자를 어느 정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것이다.
장석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중견기업들이 뭘 보고 투자에 나서겠느냐”며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이 나오지 않은 것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의 1차 협력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사업은 그래도 유지되겠지만 대규모 투자 건은 보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올해 대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30대 기업들은 지난 2014년 초에는 총 116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5년 116조6,000억원, 2016년 122조7,000억원으로 점차 상향 조정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국내 경기가 극도로 위축됐다. 도널드 트럼프 신 행정부의 등장으로 무역 여건도 악화됐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단순히 추세적으로 더 늘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7일 새벽 전격 구속되면서 삼성그룹도 당분간 현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2위 현대차도 특검 수사에 대한 압박은 없지만 실적 부진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와 롯데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올해 사업 구상을 못하고 있다. 그나마 SK·LG·포스코·GS·한화 등만 윤곽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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