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 인원이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기 불황에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면서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2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0명이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용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 2010년 9월의 감소치(6만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매달 15만명 가량 늘던 대기업 취업자 수는 7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됐다. 11월에는 증가 폭이 3만7,000명까지 떨어졌고, 한 달 뒤인 12월에는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1만4,000명 줄었다.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3배 넘게 확대됐다.
대기업의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제조업 불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제조업체는 직원수가 많기 때문에 통계상 300명 이상 대기업의 고용 상황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명 줄어들며 2009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정치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오리무중에 빠졌다. 10대 그룹 대부분도 채용 계획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노동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대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은 3만명에 불과했다. 지난해보다 8.8%가 감소한 결과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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