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자구계획 이행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회사 경영진이 고심 끝에 내린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분사 결정 등 합리화 조치에 대해 정치권이 비상식적인 주장을 일삼으며 본질을 호도하려 들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별 기업이 정치권을 겨냥해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국내 기업 풍토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본지 2월16일자 1면 참조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정치권에서 회사의 경영 합리화 조치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세계 조선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은 일감이 떨어진 도크(선박 건조대) 운영을 중단하고 회사를 분할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연간 1,000억~2,000억원의 막대한 운영비가 투입되지만 오는 6월이면 일감이 완전히 바닥나는 군산조선소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고 비(非)조선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회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몇몇 정치인이 노조와 지역 민심에 편승해 회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어떤 국회의원은 회사 경영과는 전혀 무관한 대주주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강성 노조를 부추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해 해결됐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분사에 대해 ‘노조 와해를 위한 것’이라며 맹목적 반대만을 외치고 있는 노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는 분할에 대해 반대만 외치고 있다”면서 “근거도 없고 이유도 불분명하다. 그냥 안 된다는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회사는 “노조의 건전한 비판은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지만 과도한 경영 간섭과 무책임한 사실 왜곡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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