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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 주도권 경쟁 뒤처지는 한국] 원천기술 일찌감치 확보하고도…낡은 법에 녹스는 유전자가위

김진수 IBS 단장 등 특허 확보에도

생명윤리법 발묶여 추가 연구 난항

규제 푼 美·유럽은 본격 경쟁 나서





희귀난치병 치료나 작물·가축개량 분야에서 ‘유전자 가위’ 혁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정 유전자 부위를 정확하게 잘라 내 그 기능을 알아내는 데 종전에는 수개월~수년이 걸렸지만 3~3.5세대 유전자 가위(크리스퍼 Cas9 또는 Cpf1)를 이용하면 하루, 비용도 수십 달러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과 중국은 유전자 가위 혁명의 물결에 올라타 관련 시장을 선점·재편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을 가진 연구진과 바이오 벤처기업이 있지만 생명윤리법 등 규제에 발이 묶여 운신의 폭이 많이 좁다.

미국과 유럽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치료 연구대상 질환에 제한을 풀었다. 미국은 대학·병원 등 연구자가 속한 기관 심사위원회(IRB)의 승인만 받으면 사람의 난자·정자가 수정돼 만들어지는 배아에 유전자 가위 기술 등을 이용해 희귀난치병 등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도 할 수 있다. 영국·스웨덴·일본 연구자들도 정부의 승인을 거쳐 배아를 이용한 불임 관련 유전자 기능 연구를 폭넓게 수행 중이다. 중국도 배아의 특정 유전자를 잘라 내 유전병 등을 치료하는 연구와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유전자 가위 분야의 원천기술을 가진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바이오 벤처기업 툴젠이 독보적이다. 김 단장은 인간 배양세포 실험을 통해 문제가 있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 내 치료 효과를 내는 ‘유전자 교정’이 이뤄졌음을 입증하고 지난 2012년 10월 하버드대-MIT팀보다 먼저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해 국내 특허를 받았고 호주에선 등록을 앞두고 있다. 국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희귀난치병 치료제와 부가가치를 높인 가축·작물 등을 잇따라 개발했다.

그러나 미국 등과 달리 치료제엔 생명윤리법, 개량 작물에는 유전자변형작물(GMO) 규제를 들이대는 정부 때문에 연구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보존기간 5년이 지난 동결 잔여배아를 연구에 이용할 수 있는 질환에 난치병인 에이즈와 3개 희귀병을 추가하는 생명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연구 가능한 질환을 21개로 묶어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생명윤리법을 포함한 기존 규제는 유전자교정 기술이 활발해지기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라며 규제개혁과 정책의 투명성을 서둘러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김 단장도 “유전질환만 6,000가지나 되는데 연구 허용 질환 몇 개를 나열하는 포지티브 규제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금지대상 질환 외에는 연구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비동결 배아 연구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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