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활동의 목적을 국민경제 발전의 수단에서 해방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용현 의원(국민의 당)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헌법 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노환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는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과학기술을 활동을 활성화하려면 경제논리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연구개발투자가 세계 최고인데, 우리나라 기술 발전 속도가 뒤처지는 이유가 바로 ‘정부 실패’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 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생활방식과 사회 구조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연구 집단의 기술 개발과 국민의 기술 활용이 쉽도록 지원하고, 창업과 시장은 민간의 몫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공기업과 같은 관리 기준을 연구기관에 적용해서는 국가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컴퓨터, 반도체, 태양전지, 인터넷 등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 많은 기술들이 경제 논리를 따지지 않은 공공 기술의 개발과정에서 얻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과학자들이 과감한 연구 주제에 도전하지 못하고 위험성이 적은 주제에 매달리게 된 것 또한 평가에 경제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경제적 이익이 보이지 않는 연구주제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헌법에서는 과학기술이 모든 목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127조 1항에서 규정한 ‘국가는 과학기술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해야 하다’는 규정을, ‘국가는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의 자주적 위상과 국민의 복리에 기초적인 역할을 하도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국가 혁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로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2항에서는 제 1항에서 규정한 국가 혁신체계 내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능력을 함양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인적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노 교수는 “우리가 신속하게 선진국에 진입하겠다고 매진하면서 포기했던 많은 것들이 되살려야 한다”면서 “헌법 개정은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법학 박사 역시 과학기술 헌법의 ‘경제 종속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경제 종속성으로 인해 변화된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수용하는데 한계를 보였으며,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 조화로운 발전의 가치 부재로 21세기 융합과학 시대의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주 박사는 “헌법이 만들어질 때 과학 기술이 진리 탐구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 보다는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인식했다”면서 “하지만 그러한 접근은 21세기 사회에서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이에 따라 헌법 제 127조 1항을 ‘국가는 과학기술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조화되는 사회를 추구한다’로 수정하는 안을 제시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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