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6자회담은 북한 문제 당사국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북한·미국은 6자회담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중국은 올해 말까지 북한의 석탄 수입을 중단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을 성실히 이행하는 태도를 보여줬다”면서 “한반도의 경색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피살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중국 책임론이 거세진 데 대응해 중국 당국이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펴야 한다는 중국 학계와 관변 연구소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 일부 친북 성향 인사들은 국제사회의 중국 책임론과 북한 제재 카드에 맞서 중국이 대북 대화론과 6자회담 카드로 응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에 회의적이었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의 전환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6자회담 카드를 재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문은 “한국과 미국은 대북 압력과 제재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한쪽 문을 열어놓아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핵 문제에서 줄곧 발뺌해온 중국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어서 이 같은 관영매체의 논조를 은근히 부추기는 분위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일부 미국 매체에서 보도한 미국과 북한의 ‘1.5트랙(반민반관)’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은 북한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6자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대화 틀 가동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미국 최고위 외교 수장의 전화통화도 이뤄졌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1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위협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틸러슨 장관과 양 국무위원이 양국 간 건설적 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했다”며 “두 사람은 역내 안정에 해를 끼치는 북한의 위협을 해결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전화통화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난처한 입장을 반영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대화 틀 가동 재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에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만큼 대북 문제 관련 협상의 틀이 진전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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