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월이면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한국형 우주발사체가 우리 땅에서 발사된다. 2020년에는 독자적인 달 탐사선이 달에 착륙해서 과학 시료를 채취한다.
정부는 올해 한국형발사체 발사에 필요한 조립·발사대 구축, 액체엔진 시험 평가 등에 2,200억 원을 투입하고, 달 궤도선 상세 설계 착수 등 달 탐사 본격 추진을 위해 710억원을 쓰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2일 12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26회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발사체 개발 예산을 포함해서 총 6,703억원 규모의 ‘2017년도 우주개발 시행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다목적실용위성 6·7호, 차세대중형위성 1호 등을 지속 개발하고, 차세대소형위성 1호를 발사하는 등 인공위성 독자개발 예산 2,184억원이 포함된다.
눈에 띄는 것은 2018년 10월 우리 땅에서 한국형발사체(KSLV-II) 시험발사체를 발사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10년간 1조9,572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적인 우주개발 사업이다. 1.5톤급 실용 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의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리나라 독자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한국형발사체는 3단형 발사체로, 1단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서 300톤급으로 구성하고, 2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각각 사용된다.
한국형발사체 엔진 개발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연소 불안정이다. 연소 불안정은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진동이나 추진제 공급 계통의 교란 등이 연소실 내의 압력, 온도, 유속 등에 영향을 줘 불안정한 연소 상태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엔진이 폭파되는 등 대형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어 극도로 위험하다. 로켓 엔진 개발은 특히 짧은 연소 시간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극한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기 때문에 연소 불안정 외에도 과열 방지, 내열 합금 기술, 극저온 물질 취급 기술 등 여러 어려운 기술들이 새로 개발돼야 한다. 우리도 연소 불안정 때문에 고생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항공우주연구원이 75톤 액체 엔진 1호기의 목표 연소시간(1단: 127초, 2단: 143초)을 달성하여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를 넘어섰다 .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은 달 탐사선을 개발하고 궤도선, 착륙선, 과학 탑재체, 심우주통신 등 달 탐사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말 1단계로 시험용 궤도선 개발을 통해 우주 탐사 핵심기술 확보, 심우주네트워크 구축, 탑재체 국제 공동개발 등을 추진한다. 이어지는 2020년까지 2단계에서는 국내 주도로 무인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개발해 한국형발사체로 발사한다. 달 탐사선에는 달의 환경을 분석하고 자원을 탐사하는 과학 탑재체, 로버 등 기술검증을 위한 임무 장비들이 탑재된다.
한국형발사체를 통한 달 탐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가 개발한 독자 발사체의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쌓아 온 인공위성 기술을 바탕으로 달 탐사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약 70% 가량 확보한 상태다. 2016년 12월에는 미국 NASA와 달 탐사 기술협력을 체결, 달 탐사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험용 달 궤도선에 NASA의 탑재체를 일부 탑재하고, NASA는 임무설계 및 심우주통신·항법기술을 지원하게 된다.
이외에 특징적인 예산으로는 소행성 등 우주 낙하물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있다. 우주 물체 전자 광학 감시체계 구축에 11억2,000만원을 투입하고, 우주전파 교란 상시 감시체계 고도화에 20억1,000만원을 들인다. 또 우주물체사고 대응 민관군 합동 훈련을 올해 5월 실시한다.
한편 이날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는 우주개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점기술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한민국 200대 중점 우주기술개발 로드맵’을 확정했다. 또한 ‘2017년도 위성정보 활용 시행계획’, ‘2017년도 우주기술 산업화 전략 시행계획’도 의결하였다. 미래부 홍남기 제1차관은 “우주기술 개발 로드맵 수립은 주요 우주 선진국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우주 분야 핵심 기술력 확보의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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