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우리나라에서 더욱 맹위를 떨쳤던 이유 중 하나는 병원 간에 환자의 의료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자 추적이 원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진료·진단을 받다 보니 오히려 병이 확산될 시간을 벌어줬던 셈이죠. 보건당국이 국가 차원에서 병원 간 정보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진료정보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진료정보교류 중계시스템 ‘크로스 바인(Cross Vine)’을 개발, 보건복지부와 진료정보공유 시범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이정호(사진) 티플러스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시스템통합·진단(SI) 업무를 하며 경력을 쌓아오다 협력사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2010년 창업에 나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드웨어 기반의 SI 전문가로서 실력을 발휘해 병·의원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12년부터는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솔루션 개발에도 착수했다. 환자 중심으로 진료 기록을 통합 정리하는 한편 이 데이터를 병원끼리 공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통합 솔루션 ‘크로스 바인’을 본격 개발한 것도 그때쯤이다.
“당시에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병원 간 의료기록 공유가 금지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병원마다 중복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도, 해당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왔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병원 입장에서도 불편한 일이잖아요. 언젠가는 의료기록이 공유되는 때가 오리라 확신했기에 일찌감치 준비했던 것이 남보다 앞선 경험을 쌓는 기회가 됐네요.”
현재 복지부는 대구·부산 지역 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시범사업을 끝낸 후 진료공유시스템의 확산 작업에 본격 나서는 중이다.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티플러스도 시장 선점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기술력을 보유한 여러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우위에 설 자신감은 충만하다. 이 대표는 “실제로 시스템을 설계해 연동해본 경험을 확보한 곳은 티플러스가 유일무이하다”며 “국내 의료IT 기업 가운데 전자의무기록(EMR)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도 많고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우리처럼 양쪽 경쟁력을 모두 보유한 곳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는 만큼 동네의원은 물론 3차 대학병원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만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티플러스의 경쟁력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이란 내 국영기업 바라캇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으며 올해 탄자니아 8개 병원에 의료영상전송과 원격판독을 결합한 솔루션이 수출된다. 케냐·나미비아 정부와도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이다. 휴렛팩커드(HP) 등 글로벌 기업과 서버 OEM 계약을 맺는 등 SI 사업 분야에서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의 단기 목표는 충분히 사업 경험(레퍼런스)를 쌓아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주식시장 상장 계획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신뢰’가 필수적”이라며 “국내외 정부·대형병원들에 고품질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한편 투명하고 정확한 공개 기업으로서 신뢰도 역시 쌓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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