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OT)가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해마다 사건·사고가 반복되면서 OT 폐지에 대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23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미 금오공대 신입생을 태우고 OT로 향하던 관광버스가 22일 오후 5시 45분쯤 충북 단양군 적성면 기동리 북단양 나들목 1km 부근 중앙고속도로 상행선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5m 언덕 아래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안전띠를 착용해 가벼운 부상자가 많았지만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난 2014년 OT에 참석했던 신입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를 계기로 교육부가 해마다 OT 안전점검을 하고 있지만 올해도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OT의 지나친 음주문화는 사건·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22일 오전 5시쯤 강원 고성군의 한 콘도에서 대학교 OT에 참석한 신입생 이모씨(21)가 술을 먹고 사라진 후,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채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는 이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 1,100여 명과 함께 이날 콘도 4층의 방에서 술을 먹은 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OT와 MT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홍역을 앓았던 건국대에서는 또다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7일 오후 건국대 상경대 새내기 기획단 모임 회의가 끝난 뒤 술자리에선 이 학교 남학생 A(26)씨가 여학생 B(21)씨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을 인지한 상경대 학생회장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연락해 “너에게 2차 피해가 갈 수도 있는데 그런 게시물을 꼭 올려야 하느냐”며 “작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게시물을 올린 학우는 자퇴했다”며 사건은폐까지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배들의 군기를 잡겠다는 명분 없는 선배들의 ‘OT 갑질’도 여전했다. 지난 22일 페이스북 페이지 ‘성균관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이 학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제보자가 “장기자랑 연습 참여율이 저조했던 모양인지 새터를 가는 친구들에 한해 벌금비를 걷게 됐다”며 “불참 5,000원·지각 3,000원에 여행·알바의 경우 2,000원을 걷었다”고 주장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사건·사고가 해마다 반복되자 대학가 OT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네티즌 ‘slan****’은 “근데 왜 OT는 항상 리조트 가서 하냐? 진짜 신입생 설명회면 학교 강당에 모아놓고 프린트 나눠주며 설명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며 “OT 술 먹고 노는 거지 별 필요 없는 행사다”고 OT 폐지를 주장했다.
교육부는 OT에서 반복되는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 22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OT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교외 OT 행사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대학에서는 대규모 교외 OT행사가 진행돼 사고 위험성이 크다”며 “OT 행사를 멀리까지 가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각 대학 사무국장, 학생처장 회의를 열어 신입생 OT를 가급적 교내 행사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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