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23일 오전 미지급 자살재해사망보험금을 모두 주기로 전격 결정했다는 깜짝 발표가 나오면서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벼랑 끝에 선 오너십을 지키기 위해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에서 교보를 포함해 삼성·한화생명에 대한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제재심의위원회 개최가 예정된 가운데 불과 몇 시간 전에 전격 발표돼서다. 현재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과 관련해 중징계 대상 생보사는 삼성·한화·교보 등 소위 ‘빅3’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일부 지급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금감원 역시 대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보험업법상 약관 준수 위반사항이라며 고강도 중징계를 예고한 상황이다. 제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가 최종 결정되지만 현재 예고된 징계 수위만 해도 기관(회사)은 영업 일부 정지에서 인허가 취소, 임직원은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가능하다. 교보가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이 바로 임직원 징계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문책경고만 떨어져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게 되는데 삼성·한화와 달리 교보는 신창재 회장이 오너 CEO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너 경영자로서 ‘책임경영’을 최우선시해온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현재 저금리·저성장에 국제회계기준(IFRS17)까지 목전에 둔 상황에서 장기 비전을 앞세워 회사를 이끌어온 CEO가 사라질 경우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보는 지난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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