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일촌, 파도타기’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싸이월드’가 낳은 신조어들이다. 싸이월드의 열풍에 힘입어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도 전성기를 누렸다. 2010년대 들어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페이스북·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인기를 끌자 어려움에 직면한 SK컴즈는 싸이월드를 2014년 분사하기에 이른다. 여러 시도에도 실적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한 SK컴즈가 결국 ‘싸이월드 신드롬’을 뒤로 하고 27일 주식시장에서 떠났다. 국내 1세대 포털 사이트인 ‘넷츠고’를 인수하고 기세등등하게 2003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뒤 14년 만이다.
SK컴즈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자진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영업손실을 내면서 재무상황이 악화한 점도 SK컴즈의 자진 상장폐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SK컴즈는 앞으로 운영 중인 포털 사이트 ‘네이트’와 메신저 ‘네이트온’ 및 카메라 앱 ‘싸이메라’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컴즈 내 신사업 추진 부서에서 최근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주식시장을 떠나게 됐지만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며 지배구조가 탄탄해진 점은 SK컴즈에 긍정적인 대목이다. 최대주주인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유·무선 인터넷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수익원을 다각화한다는 게 SK컴즈의 복안이다.
다만 포털 업계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이후에도 SK컴즈의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지면 최대주주인 SK텔레콤에 흡수 합병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SK컴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 다른 SK텔레콤의 자회사처럼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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