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6개 독립회사로 나뉜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위기 상황을 비조선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극복하기 위함이다. 노조는 고용 불안, 노조 무력화 등의 문제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오전 현대중공업은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회사를 4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내용의 분할계획서 승인안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승인안에 따라 회사는 △현대중공업(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으로 나뉘게 된다.
사업분할 안건이 가결된 4개사는 오는 4월 독립법인으로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분할을 마친 서비스 부문(현대글로벌서비스)과 그린에너지 부문(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을 합하면 총 6개의 독립 회사 체제로 전환되는 셈이다.
6개사 중 지주회사는 현대로보틱스가 될 전망이다.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던 자사주 13.4%와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아 지주사 요건을 갖췄다.
현대중공업이 회사를 분할 한 것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수주절벽에 시달리던 상황을 비조선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타개하려는 것. 현대중공업은 분야별로 사업을 분리하면 전문 영역에서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고도화에 매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분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회사를 분할하면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된다는 논리다.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ternational Shareholder Services·국제의결권자문기구) 역시 이와 같은 현대중공업의 움직임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조와의 갈등과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느냐다.
노조는 이번 분사가 고용 불안과 근로조건 저하, 노조 무력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기현 울산시장 등 지자체와 일부 주민들 또한 분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업장의 역외 이전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이날 있었던 임시주총에서는 입장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노사 간 몸싸움이 격해지자 병력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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