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오후 같은 상쾌한 파란색이 기분까지 맑게 만들어 주건만, 이상하게도 눈은 창문을 향한다. 어둡고 깜깜한 창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찾기라도 해야 할 듯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창문이 밖에서 불 꺼진 실내를 바라본 것인지, 혹은 방안에서 밤하늘을 내다본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김을은 같은 제목의 이런 창문 그림 연작을 통해 회화의 본질을 다시 물었다. 일반적으로 관객이 보는 것은 표면으로 드러난 그림의 이미지인데, 작가는 그 ‘너머’를 들여다보자고 제안한 셈이며 “보다 본질적이지만 결코 표현될 수 없고 드러나지 않는 진실의 세계에 대한 암시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미술가 루초 폰타나(1899~1968)는 그림을 칼로 찢어 3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했고, 공간을 가로지르는 빛을 통해 4차원까지 실험했다. 사진상으로 이 작품은 단순하고 깔끔한 평면 회화로 보이지만 실제는 10㎝가량의 두께감을 갖고 있어 창문 너머로 공간이 존재한다. 그림과 조각의 중간쯤인 이 독특한 작품은 경기도미술관이 최근 4년간 새롭게 수집한 신소장품 40여점과 함께 ‘소장품, 미술관의 얼굴’ 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오는 4월16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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