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해안 지역을 한국 관광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전남 고흥에서 경남 거제를 잇는 483㎞ 길이의 해안관광도로를 만든다. 조선업 불황으로 문을 닫은 조선소는 관광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여가 문화로 떠오르는 캠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북한산·무등산 등 대도시 근처 명산에 야영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황 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조선업 등 구조조정의 영향이 큰 남해안 지역을 유럽의 에게해(Aegean Sea)에 버금가는 세계적 관광지로 키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남해안 관광 육성의 키워드는 ‘광역화’에 있다. 남해에는 여수·순천·통영·거제 등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이들 관광지 간 연계가 부족해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남해안 주요 관광지를 ‘포도송이’처럼 연결해 하나의 광역관광권으로 통합 개발하자는 것이다.
우선 고흥에서 거제까지 남해안 해안도로의 끝단을 연결한 드라이브 코스 ‘쪽빛너울길’을 만든다. 현재 이 구간에는 고흥 우두~여수 백야도(14.6㎞), 여수 백야도~화태도(12.64㎞), 여수 낙포동~남해 서면(3.51㎞) 등 4개 구간이 단절돼 있어 이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쪽빛노을길의 주요 포인트에는 전망대와 공원, 소규모 미술관, 박물관도 짓는다. 쪽빛노을길을 따라 ‘광역관광루트’도 개발한다. 가령 여수에서 출발해 광양제철소~하동군 섬진강 하구~남해군 미조항~통영항을 거쳐 거제도에 이르는 7박 8일 코스 등이다.
거제·통영 등에 버려진 조선소를 관광단지로 재개발한다는 역발상도 눈에 띈다. 스웨덴의 말뫼시가 폐조선소 부지를 지역 대표 랜드마크가 된 ‘터닝 토르소’ 등이 있는 관광지이자 신산업 육성 단지로 키운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폐조선소를 매입한 뒤 올 3·4분기 안에 구체적인 재개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정부는 이용자가 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는 캠핑 관련 기반과 여건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도시 근처 접근성이 좋은 산림, 국립공원 안에 야영장을 조성한다. 올해 화천 국립 숲속야영장과 무등산 도원야영장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북한산에 사기막야영장을 짓기로 했다. 휴양림 안에 숙박이 가능한 숲속야영장을 조성할 경우 이르면 올 10월부터 산림사업 종합자금을 통해 융자도 지원한다.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독특한 풍미로 인기를 끄는 ‘수제 맥주’ 대중화 방안도 담겼다. 현재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만든 수제 맥주는 술집 등에서만 팔 수 있으나 앞으로는 편의점·대형마트·슈퍼마켓 등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과세 규제 문제 등까지 검토해 올 4·4분기에 종합적인 맥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웰다잉(Well-dying)’ 확산에 따라 수요가 커지는 자연장도 활성화한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은 뒤 표식을 세워 고인을 추도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국유림이나 국립묘지에 자연장지 조성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대’를 통해서도 자연장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장사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지금은 자기 소유의 토지에서만 자연장지를 만들 수 있다. 또 국유림 임차 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아울러 케이블카 관광 활성화, 고령자 맞춤형 주거서비스 제공 등을 포함해 100가지가 넘는 정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상당수 정책은 과거에 나왔던 정책의 재탕인데다 구체성도 부족해 효과를 나타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종=서민준·이완기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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