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의 주인공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또 다른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바로 자동차다. 지난해까지는 차량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솔루션이 주류를 이뤘다면 올해는 자동차가 행사의 주제인 ‘모바일, 그 다음 요소(Mobile: The Next Element)’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율주행 등이 가능한 스마트카(커넥티드카)가 상용화되려면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가 가져올 미래 삶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MWC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자동차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각 전시관에는 5G·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자동차들이 대거 선보였다. BMW·포드·푸조·재규어·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인텔·버라이즌·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까지 미래형 커넥티드카에 적용될 최첨단 기술력을 뽐냈다. 영국의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으로 제작한 자동차를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BMW와 협력해 시연한 5G 기반 자동차 ‘T5’를 전시했다. T5는 시속 170㎞로 주행하며(지난 7일 기준) 3.68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SK텔레콤은 BMW·인텔 등과 손잡고 오는 2021년께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BMW는 인텔·모빌아이와 협력해 외부 전시 공간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한다.
푸조는 삼성전자의 ‘아르티크(Artik)’ 클라우드 시스템과 연동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 자동차는 기존에 언급된 최첨단 기술을 총집결시킨 모습으로 자율주행 등은 물론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비롯한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원하는 형태로 작동할 수 있다. 자동차가 운전자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을 파악해 최적의 세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운전 모드, 실내등, 오디오, 시트 포지션 등이 모두 포함된다.
벤츠는 자동차의 미래 콘셉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자율주행은 물론 전기구동, 정보 공유 등이 핵심 기능이다. 부스를 방문하면 가상현실(VR)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미리 체험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자동차를 친구나 동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셰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노키아는 통신망과 연결된 차량이 운전자의 안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VR를 통해 보여줬으며 인텔은 자율주행을 위한 차량용 하드웨어 플랫폼 ‘고(GO)’를 공개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운전자와 차량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HVI(Human Vehicle Interface) 기술을 적용한 콘셉트카를 내놓았다.
세계 최초로 그래핀을 이용해 제작한 자동차도 눈길을 끌었다. 그래핀은 물리적 강도와 열 전도성이 우수하고 저항이 낮아 차세대 소재로 일컬어지며 두께가 0.2㎚로 얇아 투명성이 높고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전달할 수 있다. 이 자동차는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큰 과학 축제 ‘사이언스 인 시티’에도 전시된 바 있다. 맨체스터대의 한 관계자는 “일반 자동차보다 200배 이상 강력하면서도 가볍다”며 “미래에는 자동차 제조에 그래핀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